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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朝鮮칼럼 The Column]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bindol 2022. 11. 14. 08:32

[朝鮮칼럼 The Column]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김영수 영남대 교수·정치학
입력 2022.11.14 03:10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모든 재난이 비극이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는 날로 사태가 악화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고맙다고 한 사람들이 가장 바라는 시나리오다. 그러나 정부의 불감증도 상황 악화를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경찰의 난맥상은 절망적이다. 하지만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총체적이라는 사실이다. 어느 한 곳이 아니라 구청부터 대통령실까지 전체가 문제다. 또 말단 현장부터 최고 결정자까지 체계적으로 무사안일하다. 지금 정부의 문제가 일시적이고 우발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물론 “제발 시민님들, 도와주세요”라며 혼신의 힘을 다했던 김백겸 경사같은 예외도 있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은 경험하는 게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출범 6개월째를 맞았으니, 말 그대로 지금쯤은 증명해야 하는 때다. 적어도 이번 참사에 대통령 자신의 실수는 없었다. 조치도 무난했고, 행보도 투명했다. 대통령의 조화가 나뒹구는 가운데서도 다섯 차례나 조문을 갔다. 하지만 총리는 웃고, 장관은 실언하고, 수석들은 빈정댔다. 대통령 혼자 비통해했다.

윤석열 정부의 실패가 이대로 고착될까 두렵다. 거의 그렇게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통령의 사태 인식에 큰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무엇이 막연한가. 국민도 그렇게 생각할까. 다섯 번이나 조문한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스럽다. 윤 대통령 측근인 장제원 의원은 실언으로 대통령실 수석들이 국감장에서 퇴장당한 문제에 대해 “대통령의 수석 참모 아닌가” “의원들이 부글부글한다”고 밝혔다.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말이다. 공정과 상식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철학이 아닌가. 그걸 회복하라는 게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명령이었다.

MBC 기자의 전용기 탑승 제한도 상식 밖이다. 1964년 미국의 설리번 판결은 정부와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비록 허위라도 언론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보호된다고 판시했다. 물론 허위를 알거나, 진실이 불분명한데도 지르고 보는 ‘현실적 악의’는 예외다. MBC의 2008년 광우병 보도, 2020년 채널A 검찰 유착 보도는 그런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정부가 예단을 가지고 사전 조치를 취하면 안 된다. 결과적으로 MBC는 언론 자유를 위한 희생자처럼 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방향 감각에 큰 문제가 있다. 대통령직은 원래 그런 위험이 가장 큰 직종이다. 대통령은 하루하루가 정신없다. 그 수렁에 빠지면 대통령은 쉽게 방향 감각을 잃는다.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그랬다. 취임 5개월 만에 지지율이 35%까지 떨어졌다. 백악관 공보국장 거건은 당시 상황을 “무질서한 백악관과 육감에 의지하는 대통령,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행정부”로 요약했다. 딱 지금의 윤석열 정부다. 거건의 해법은 간단했다. 대통령 일정을 대폭 줄여, 생각할 시간을 늘린 것이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윤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다음으로 인사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의 내각, 대통령실, 여당으로는 안 된다. 처음부터 끊임없이 지적된 문제다. 이태원 참사를 거치며 그 사실이 거듭 분명해졌다. 이상민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은 조속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이 장관의 말은 명백히 국가가 쓸모없다는 말이다. 국무위원이 어떻게 이런 말을 하나. 더 심각한 문제는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 말을 반복하는 녹음기나 확대하는 확성기만 눈에 띈다. 대통령 혼자서 말하고, 모두가 침묵할 때도 많다고 한다. 레이건 미 대통령의 비서실장 제임스 베이커는 “그 문제에선 각하의 생각이 틀렸습니다”라고 서슴없이 직언했다. 레이건 대통령은 그 점을 가장 마음에 들어했다. 주위에 ‘노’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으면, 실패는 예정된 것이다.

세종은 일찍이 “무슨 일이든 전력을 다해 다스린다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천재지변은 인력으로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조치를 잘하고 못하는 것은 사람 힘으로 다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상에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패가 놓인 사람은 이런 각오로 일해야 한다.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내게 필요한 것은 탈 것이 아니라 탄약”이라는 말 한마디로 국가적 참극을 승리로 바꾸는 기적도 만들지 않는가. 진정한 리더는 위기에서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