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초등학생의 자살
김시습(金時習)은 다섯 살에 중용(中庸)과 대학(大學)에 통달했던
신동(神童)이다. 그 소문을 듣고 노정승인 허조(許稠)가 불러 "나는
늙어 쓸모없는 몸이니 늙을 「老」를 넣어 칠언절구(七言絶句)를
지어보라" 했더니 "늙은 나무도 꽃은 피우나니 마음은 늙지
않았네(老木開花心不老)" 했다. 세종대왕이 듣고 불러 "동자의 배움은
백학이 청송 끝에 춤추는 것 같도다" 하고 대구(對句)를 지으라
시켰더니 "성주의 덕은 황룡이 벽해에 꿈틀거리는 것
같도다(聖主之德黃龍 碧海之中)"라 지어 바쳤다.
바흐·괴테·차이코프스키도 다섯 살 때부터 비범한 재능을 발휘했다.
이처럼 신동은 없는 것이 아니라 있긴 있는데 다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고금의 진리다.
중국에서는 당나라 때 신동 발탁을 위해 과거에 동자과(童子科)를 두어
열 살 미만의 동자들을 뽑아 벼슬을 주었는데 효경(孝經)과 논어(論語)를
외우고 그 뜻을 터득하는 것으로 출제를 했다. 한데 이 동자과는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폐했다 복과하기를 수십 번 거듭한 것으로 미루어
폐단이 극심했음을 말해준다. 당 현종 때 유안(劉晏)은 일곱 살에 급제한
신동인데 양귀비가 데려다 무릎 위에 놓고 화장을 시키고 머리를 땋고는
병적으로 사랑했다. 이 신동의 가문은 그 덕으로 벼슬도 얻고 재물도
얻었기로 동자과를 두고 귀비슬상(貴妃膝上)에 오른다는 말까지
생겨났다. 나라 안에서는 제 아이를 양귀비 무릎에 앉히고자 벽장에
가두고 글 외우기만 시키는 바람에 시름시름 죽어가는 아이들이
속출했는데, 그래서 동자과를 폐했다.
송나라 때 중국 요주(饒州) 땅에 주천석(朱天錫) 주천신(朱天申)
사촌형제가 동자과에 급제하여 벼슬을 얻고, 황제가 돈 5만금을 내리자
요주 사람들은 다섯 살만 되면 아이들을 새처럼 대바구니(竹籠) 속에
가두어 회초리로 사서삼경만 외우게 했다. 요즈음 소문난 괴외선생
뜨듯이 책 한권 떼면 사례가 전답 한 마지기 값을 웃돌았기에, 닦달로
급제하는 아이보다 죽어가는 아이가 더 많았다 한다.
학원과 과외공부의 과부하를 감당할 수 없었던 초등학생 하나가
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싶다는 일기를 남기고 자살했다. 이는 귀비슬상이나
죽롱신동(竹籠神童)의 되풀이로,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다. 물고기 되어
역사 해역에 들어가 고발하고 다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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