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52억원짜리 접시
청나라의 전성기로는 강희(康熙)·옹정(雍正)·건륭(乾隆) 3대 130여년을
치나 가운데 끼인 옹정제 13년은 악정으로 소문나 있다. 옹정제는 별나게
도자기에 관심을 가져 궁에서 직영하는 관요(官窯)인 경덕진(景德鎭)의
책임자는 일품관을 임명 직할했다. 그 옹정제가 직접 그린 채색(彩色)
매화를 그리고 눈 속에 피어 암향(暗香)을 풍긴다는 시를 쓴 법랑(琺瑯)
백자 접시가 홍콩 경매장에서 사상 최고값인 52억원에 팔렸다는 보도가
있었다. 백자 접시 하나에 그토록 비싼 값이 붙은 데는 옹정제의 친필
그림과 글이 있다는 것 이외의 다른 이유가 부가된 때문일 것이다.
옹정제는 자신이 직접 쓸 자기에 대해서는 붉은 글씨로 특기된 문서로
주문했다. 그 붉은 주문 첩지가 내리면 경덕진에서는 온 스태프가
흥분하여 회의를 거듭하는데, 그 회의에는 도공뿐 아니라 화장(畵匠)도
참여해 디자인을 운운한다. 옹정제는 독점욕이 강해 자신이 쓸 그릇과
똑같은 것을 만들면 어명을 어기는 대죄로 다스렸다. 따라서 옹정제의
어용 도자기는 유사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골동가치가 각별하다. 한데 단
하나 예외가 있었다.
경덕진 책임자였던 연희요(年希堯)가 군기대신인 당대 최고권력자
장정옥(張廷玉)의 첩에게 인사청탁을 할 때 옹정제에게 바칠 주전자와
똑같은 자기를 하나 더 만들어 몰래 바친 적이 있었다. 옹정제에게
바쳐진 이 주전자로 차를 따라 마신 이틀 후 옹정제는 급사했고 항간에는
독살당한 것으로 소문났었다. 그 주전자의 가장자리 장식 그림 속에 독이
들어 있었으며, 그 독을 숨긴 것이 경덕진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여사랑(呂四娘)이라는 아가씨였다.
그녀의 할아버지인 주자학자 여유량(呂留良)의 저서에 대역사상이 있다
하여 무덤을 파 시체에 형을 가하고, 그녀의 아버지와 제자들을 참형에
처했으며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걸식을 해야 했다. 복수에 불탄
여사랑이 경덕진의 어용 백자에 독을 넣고자 그림을 배우고 신분을 속여
경덕진에 잠입, 복수를 하고만 것이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이
부가가치로 붙어 그 모살(謀殺) 백자와 같은 무렵에 만들어진 옹정제의
법랑 백자 접시에 값이 몽땅 얹힌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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