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코의 외출
심청전에 '뺑덕어멈, 코 큰 총각 떡 사준다'는 대목이 나온다.
'아저씨 코가 커서 언니가 좋겠네' 하는 민요도 있다. 원시 시대의
형벌은 훔치면 손을 자르고 도망치면 발을 자르며 무고하면 혀를
자르듯이 강간을 하면 거세를 하게 마련이다. 한데 민족성이 잔인하지
못했던 우리나라의 관습법은 거세 대신 '코문이'라 하여 코를 물어뜯게
했다. 남편이 바람나 외간 여자와 놀아나도 본처로 하여금 코문이를 하게
했고 동리형(洞里刑)으로 동네사람 둘러보는 가운데 코문이를 하기도
했다. 이것이 성범죄에 코를 자르는 괄비형(刮鼻刑)으로 성문화하기까지
했다. 코와 사나이 성기의 등식이 보편화돼 있었음을 말해 주는 것이
된다.
유럽이나 미국의 구두가게에 들어가면 서양 손님들이 진열된 구두를
들고 냄새 맡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들은 냄새로 인조가죽인지
쇠가죽 또는 말가죽인지를 분간한다고 한다. 파리의 모발상인들은 가발
냄새만 맡고도 한국 가발인지 독일 가발인지를 가려낸다 하고, 영국
경찰은 범죄현장에서 집시가 저지른 건지 여부를 냄새로 감지할 줄 안다.
로마교황 비오9세는 신도의 발에 키스하면서 체취로 유태인인지
슬라브인인지를 가려내어 유명하다. 이처럼 서양사람들은 냄새와 코와의
등식사고를 갖는다.
짐승들이 바람 타고 오는 수십㎞ 밖의 사람을
감지하듯이 수렵시대의 인간에게 후각(嗅覺)이 발달했었으며
수렵시대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서양사람들에게 있어 코는 다섯 감각
가운데 비중이 컸다.
모피의 나라로, 수렵과 밀접했던 러시아 사람들에게 있어 코는 보이지
않는 것을 탐색하는 예지의 상징으로, 동물의 코로 마스코트를 삼았으며
코가 인체를 이탈 방황하는 모티프의 전설이며 동화가 많았다. 러시아
작가 고골리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코'도 독립을 선언한 주인공의
얼굴을 이탈, 당시 제정시대의 수도인 페테르부르크를 돌아다니며 지위와
권력에 연연하므로써 풍기는 냄새를 찾아 전전하다가 돌아온다는
줄거리로 민중에게 영합되었던 소설이다. 이 소설을 기려 페테르부르크에
세워둔 거대한 코 조각이 소설에서처럼 실종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마도 체제 변화과정에서 파생된 신생 권귀(權貴)의 냄새 찾아 다니고
있을 고골리의 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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