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童貞夫婦 祭
18세기 한반도에서 자생한 천주교에 귀의한 처녀들은 성모 마리아의
순결을 흠모, 결혼을 거부하고 동정을 지키는 신앙 시련을 감내했다.
여주 살았던 정순매(鄭順每)는 시집 가라는 주변의 성화에 기혼자를
가장, 쪽을 찌고 순결을 지켰고 바발라 이정희(李貞喜)는 거짓 앉은뱅이
행세로 혼담을 물리쳐 순결을 지켰다. 김유리타(金琉璃代)는 동정 서약을
하고 그자리에서 머리를 삭발함으로써 혼담을 차단했고 엘리사벳
정정혜(丁情惠)는 치솟는 욕망을 다스리고자 매로 스스로의 등짝을 피가
튀도록 쳐 순결을 지켰다.
혼전에 순결을 지키기는 그런대로 시련이 덜한 편이다. 결혼하고서 한
방에 더불어 자면서 동정을 지켜내기란 어떤 신앙고행보다 가혹하다 할
것이다. 권(權)텔레지아는 주변의 강권을 버티다 못해 조(趙)베드로와
결혼했다. 텔레지아는 첫날밤 밤이 깊어지자 미리 준비했던 편지를
옷소매에서 꺼내어 신랑앞에 내어밀었다. 거기에는 동정미의 아름다움을
적고 순결을 범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신랑은
서약해주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야수처럼 달려들었고 애원과 항거로 이를
막아냈다. 그러는 사이에 신랑에게도 믿음이 싹터 세례를 받기에
이르렀고 이렇게 15년간 동정부부로 살았던 텔레지아는 서소문 밖
형장에서 순교할때 신에게 순결을 지키게 해준 것을 감사하고 목에 칼을
받았다.
전주의 순교자 가문의 요한 유중철(柳重哲)은 역시 한양의 순교자
가문인 14세의 루갈다 이순이와 주문모(周文模)신부의 알선으로 결혼하고
사랑은 하되 육체를 범하지 않는다는 순결 서약을 했다. 동정부부가
탄생한 것이다. 후에 루갈다가 써보낸 옥 중 편지로 그 순결 결혼을
보아보자. "시집가던 날 남편과 함께 있게 된 것은 밤 아홉시였고
요한과 나는 다시 한번 순결을 지킬 것을 천주님께 맹세했다. 그런 연후
4년동안 마치 오누이처럼 살아오는 동안 여러차례 유혹의 시련을
겪었으며 하마터면 모든 일이 헛될 뻔 했던 일도 열 번쯤은 있었다. 그런
때마다 우리는 서로 맞붙들고 엉엉 울면서 그 악마의 구렁텅이를
빠져나오곤했다" 순교한 이 동정부부 요한과 루갈다제(祭)가 지난 주말
전주의 천주교 성지 치명자산에서 열렸기로 순결 한국사를 되뇌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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