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도요촌(桃夭村) 이야기

bindol 2022. 11. 20. 16:06

[이규태 코너] 도요촌(桃夭村) 이야기

조선일보
입력 2002.08.29 19:12
 
 
 
 


중국에 도요촌(桃夭村)이라는 섬 마을이 있었다. 이 섬에서는 해마다
미녀 선발을 해서 등급을 매기고 수재 선발을 해서 등급을 매겨 1등은
1등끼리, 꼴찌는 꼴찌끼리 짝지어 우성(優性)인간을 번창시키고
열성(劣性)인간을 도태시키는 이상향을 지향했다. 이렇게 짝지어 사는 이
섬나라가 예상했던 대로 번성할 줄 알았던 것과는 달리 잘난 소수는
유아독존으로 보다 예뻐지고자, 수재가 되고자 안하무인으로 굴어 도덕
인정이 짓밟히고 못난 다수를 차별·멸시하여 갈등 끝에 멸망하고 만다는
이야기가 중국문헌 「자불어(子不語)」에 나온다.

MBA경영이라 하여 경영대학원 출신들의 엘리트 경영자들이 움직여온
미국 경영은 우성(優性)지향의 도요촌 경영이라 해도 대과가 없다.
도요촌의 기본 철학이 보다 예뻐지고 보다 수재여야 하듯이 MBA경영의
기본 철학도 보다 적은 코스트로 보다 많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우성 경영을 지향하다 보면 이윤이 일찍 드러나지 않는 장기투자보다
단기투자에 치중하게 되고, 부품 코스트를 줄이다 보면 제품의 질이
나빠진다. 주주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웬만한 부도덕쯤 저질러도
괜찮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엔론·월드컴·임클론 등
대형 부정이 필연이요, MBA 출신이 거리에 나와 붕어빵 굽고 죽 끓여
판다는 보도는 그래서 수긍이 간다.

1등 인간들은 미이즘(meism), 곧 자기본위가 되어 무슨 문제가 생겨도
'I don't know', 책임은 'That's your problem', 난처하게 되면
'I don't care'의 무관심·무책임으로 일관된 토대 위에 경영이라는
허우대 좋은 집을 지어왔다. 경영윤리에 반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소 코스트로 최대 이윤을 내는 데 무자비해야 한다는
「게임즈 맨」의 저자 맥코비는 시대가 바뀌어 자기만을 생각해서는
안된다며 대승적 차원의 인간 중시 경영윤리를 대망하는 「리더」를
저술했다. 얀케로비치는 미이즘은 끝났다 하고 깊은 인간관계와 집단적
융화생존만이 기업에서 이기는 길이라는 「뉴 룰」윤리를 주장, 미국
경영이 배제해온 인간 호혜 윤리경영시대를 예고했다. 특파원 보도에
의하면 근간에 미국의 경영학자들이 잇달아 경영대학원에서의 윤리
교육을 강조하고 있음도 이 도요촌 경제의 누수를 말해주는 것이 되어
그러려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