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한국 NASA
2차대전에서 독일이 패망하자 미국과 소련은 독일 과학자 포섭 경쟁을 벌였다. 700명이 넘는 독일 과학자가 미국 시민이 됐다. 그중 미국에 가장 먼저 도착한 127명은 베르너 폰 브라운이 이끄는 연구팀이었다. 로켓의 아버지라고 하는 폰 브라운은 스무 살 때 세계 최고 성능을 가진 A2 로켓을 만들었고, 독일군 로켓연구소에서 군사 로켓 개발을 총괄했다. 미국은 폰 브라운의 나치 독일 부역 기록까지 없던 일로 만들 만큼 공을 들였다.
▶1957년 소련의 스푸트니크 1호는 미국에 엄청난 충격을 안겼다. 미국은 이듬해 항공우주국(NASA)을 만들었다. 폰 브라운은 자신이 구상하던 초대형 로켓을 개발하는 조건으로 NASA 로켓 책임자가 됐다. 3년 뒤 그는 백악관에 편지를 보내 “소련을 이기려면 인류를 달에 보내야 한다”고 해 케네디 대통령을 움직였다. 아폴로 우주인들을 달에 보낸 ‘새턴V’가 바로 폰 브라운이 구상한 로켓이었다.
▶’모두에게 이익을’이라는 모토를 가진 NASA 직원은 2만명에 육박하고 올해 예산은 32조원이다. 우리나라 전체 1년 연구·개발 예산이 30조원이다. 이런 자원으로 NASA는 공상과학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태양계 밖을 항해하는 보이저, ‘우주를 보는 인류의 눈’ 허블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화성 탐사 로봇 큐리오시티가 NASA 작품이다. 지난 10월에는 탐사선 충돌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다트’ 미션도 성공했다.
▶NASA는 공헌한 사람들을 잊지 않기로 유명하다. NASA의 첫 연구소에는 세계 첫 액체 연료 로켓을 만든 로버트 고다드의 이름이 붙었고, 우주센터 두 곳은 아폴로 계획을 이끈 케네디와 존슨 대통령에게 헌정됐다. 가장 최근에 만든 워싱턴 본부 건물은 메리 잭슨 빌딩이다. 영화 ‘히든 피겨스’에 등장했던 흑인 여성 공학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우주항공청’ 설립을 공식화하고 2045년 화성에 착륙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대선 공약이었던 ‘한국 NASA’가 현실화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아쉬워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차관급 기관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아무 일도 못 하고, 안 하는 기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우주 시장의 후발 주자일 뿐이다. NASA와 기술력·인력 격차가 너무 커 비교하는 의미가 없다. NASA는 위대한 과학자와 정치가, 전폭적 믿음을 보낸 미국인들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한국에 그런 과학자, 정치가, 국민이 있느냐에 달린 문제다.
박건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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