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꿈에 아득히 수도까지 갔었는데, 깨어 보니 초승달 걸리고 성 가득 닭 울음소리.
되짚어보니 꿈속 우리의 대화 귓전에 쟁쟁한데, 덧없는 인생 꿈만 같군요.
(不趁常參久, 安眠向舊溪. 五更千里夢, 殘月一城鷄. 適往言猶在, 浮生理可齊. 山王今已貴, 肯聽竹禽啼.)
―‘꿈에서 깨어 구양수에게 보내다(몽후기구양영숙·夢後寄歐陽永叔)’ 매요신(梅堯臣·1002∼1060)
모친상을 당한 후 관습대로 관직을 내려놓고 낙향한 지 근 3년, 지금 시인은 조정의 부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조회에 나가지 않아 편안하게 지내는 듯하지만 속마음은 딴판이다. 꿈속에서 수도 개봉(開封)으로 달려가 옛 동료 구양수와 나눈 얘기가 아직도 귓전에 쟁쟁하다. 하루바삐 조정에 나가고픈 심정이 그만큼 절실하다는 뜻이겠다. 꿈에서 깨어 보니 저만치 새벽달이 걸려 있고 성안은 온통 닭 울음소리 요란하다. 지난날 조회에 나갈 채비를 채근했던 정겨운 그 소리가 이젠 씁쓰레하게 들린다. 인생 또한 꿈처럼 허무하고 덧없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밀려드는 새벽, 대숲 새 울음이 유난히 시끌시끌하다. 그대여, 여기 이 새 소리를 한번 경청해보지 않겠소. 위진(魏晉) 시대 재상급을 지낸 산도, 왕융처럼 구양수가 지금 존귀한 지위에 있으니 자신을 기억해 달라는 당부다. 조정 복귀를 염원하면서 자신을 천거해 주십사 완곡하게 청원해 보는 것이다.
이준식 성균관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