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회룡
아무래도 관심의 초점은 올해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 문재인 대통령,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화상을 받느냐다. 현재로선 3명이 모두 수상자가 될 수도 있고, 2명이 될 수도, 1명만 될 수도 있다. 3명 모두 못 받을 수도 있다.
문재인·김정은·트럼프 5일 발표 노벨평화상 후보자로 거론돼
'진짜 평화'를 보장할 실질적 비핵화 이룬 뒤 받아도 늦지 않아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4월 27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으로 갔다 다시 남으로 넘어 오고 있다. [판문점=한국공동사진기자단]
4·27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직후 영국의 한 도박업체는 평화상 수상 1순위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을 점쳤다. 두 지도자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그어진 군사분계선을 함께 오갔고, 도보다리 대화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예상 2순위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엔난민기구(UNHCR)가 나란히 올랐다. 다만 지난 5월 미국 하원의원 18명이 트럼프를 2019년 평화상 후보로 추천해 올해는 건너뛸 수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하지만 모두 6개 분야 노벨상 중에서 평화상만큼 시끄러운 상도 드물다. 수상자의 적격 여부는 끊임없이 논란이 됐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 여사가 그런 사례다. 반독재 투쟁과 인권운동 공로로 1991년 평화상을 받았지만, 2015년 실권을 잡은 이후 소수민족(로힝야족) 학살을 묵인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평화상 박탈 요구까지 나올 정도로 잠깐의 영광 뒤에 더 큰 불명예를 얻었다. 오바마의 경우도 2009년 취임 3개월 만에 '핵무기 없는 세계'를 선언했다는 밋밋한 공로만으로 평화상을 받아 적격 논란이 있었다. 그 후 이라크 전쟁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전선언, 이란 핵 협상 타결로 뒤늦게나마 체면을 살렸다.
2000년 12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오른쪽)이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노벨평화상을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왼쪽은 노벨위원회 뒤 베르게 위원장. [중앙포토]
수상자 발표가 임박해지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찬반 설전이 다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러다 평화상이 한반도 평화를 촉진하기는커녕 남·남 갈등을 더 키울까 걱정될 정도다. 사실 평화상 수상은 좋은 일이지만, 평화상이 곧바로 평화를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도자 3명이 오슬로 평화협정 체결에 기여한 공로로 1994년 평화상을 공동 수상했으나 중동 평화는 지금도 요원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 불과 2년 뒤 2차 북핵 위기가 터졌고 북한의 핵개발은 더 빨라졌다.
북한이 5월 24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위한 폭파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객관적 검증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환하게 웃으며 포옹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지금은 평화상을 놓고 김칫국을 마시며 흥분할 때가 아니라 냉정하고 치열하게 비핵화 전략을 가다듬어야 할 시점이다. 물론 '설익은 노벨상'이라도 마다할 이유야 없겠지만, 비핵화를 알차게 마무리한 뒤 '진짜 평화상'을 당당하게 받으면 더 좋겠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장세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