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방문해 한국과 세계 앞에
비핵화 선언의 준수 확약하길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초유의
3인 4각 경주는 중단돼선 안 돼
사즉생의 결기가 절실한 시기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북핵 문제가 다시 중대 갈림길로 들어서고 있다. 기대와 실망의 교차 속에 희망에서 우려, 속도전에서 지구전으로의 전환 징후가 강하다. 국회와 거리의 남남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의 결정적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동북아 3대 핵국가인 북한-중국-러시아의 사상 최초 동북아 3각 핵국가 연대가 강화되고 있다. 거꾸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연대는 상응조치·제재완화 및 정책순서를 둘러싸고 균열을 노정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평화를 위한 국제외교 전선의 예상치 못했던 재조정 또는 전환 국면이 아닐 수 없다. 한반도의 3대 안보체제·군사체제인 정전체제, 북핵체제, 제재체제 중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체제에서 처음으로 북한이 아닌 남한-유엔-미국과 함께했었다. 그러나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 국면의 도래와 함께 북·중·러 연대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 셋 모두 핵국가들이라서 범상치 않은 변동이다.
그러나 우리와 세계가 거듭 다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점은 과거처럼 다시 뒤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비핵평화 흐름을 예서 멈출 수는 없다. 어떻게 해서든 평화적 비핵화를 위한 대화와 협상의 동력을 지속해야 한다. 숱한 합의에도 불구하고 북핵 실체의 공개·사찰·검증 국면에서 막혀 왔던 과거 패턴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가장 먼저는 약속된 김정은 위원장의 남한 답방의 실현이다. 그리하여 한국 국민과 세계 앞에서 직접 비핵화 선언의 준수를 확약하고 구체적 절차를 합의할 필요가 있다. 답방의 결행은 방남(訪南) 이후에도 계속 핵을 고수했을 경우 남북관계 악화와 과거 회귀를 각오하지 않고서는 실로 어려운 일이다.
박명림칼럼
방남에서는 또한 제주를 꼭 방문해 남북 분단 당시 최대 피해 지역이었던 그곳이 어떻게 진실과 정의, 화해와 상생의 역사를 만들어 왔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그리하여 제주 정신에서 깊이 배워 비핵평화와 화해·상생의 대로를 열기를 소망한다.
생명과 평화를 간구해온 한 시민으로서 마음 깊이 바라건대 그곳에서 분단과 전쟁으로 희생된 한국인들과 세계인들에게 깊은 유감과 해원, 추모와 위로의 언급을 할 수 있다면, 손님맞이 마음과 더불어, 선대 시기의 대비극으로 인한 갈등과 대립을 단절·극복·치유하는 데 결정적 거보를 내디딜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남북은 2032년 올림픽 공동개최를 실현하려는 약속을 꼭 추진해야 한다. 그것은 무엇보다 비핵화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2032년 공동개최를 위해서는 2024년 전후의 IOC 회의에서의 개최지 결정 시점까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불가피하다. 북핵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국제사회와 선진 민주국가들이 올림픽 공동개최를 지지할 리는 만무하다. 올림픽 공동개최는 결정만 되면 준비기간 동안 북한의 개혁·개방 및 대외교류, 남북협력의 폭발적인 증가를 초래할 것이다. 물론 개최 이후에도 계속 개방국가와 정상국가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2024년과 2032년은 다음 정부들의 임기에 해당한다. 따라서 지금 우리 내부에서 다음 정부 시기까지 계속될 비핵평화 정책의 공통준거를 합의하기 위한 남남대화와 남남협력이 필수적이다. 단임 ‘정권’과 ‘임기’를 넘는 장기 ‘국가’ 의제인 비핵평화를 위한 남북대화의 지속과 성공을 위해서는 남남대화를 남북대화보다 훨씬 더 자주, 훨씬 더 깊게 가져야 한다는 점은 재언할 필요도 없다. 대통령과 정부, 국회와 정당들은 이 말의 깊은 의미를 꼭 경청하기를 호소드린다.
비핵평화와 화해·공존을 향한 트럼프-문재인-김정은 초유의 3인 4각 경주는 중단되어선 안 된다. 이미 초기 기회는 놓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과거를 넘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김대중-클린턴-김정일 3인 4각 경주 시기 동안 결정적 국면에서 클린턴 방북의 무산과, 그 후 김정일 위원장이 워싱턴 방문 초청을 거절하며 놓쳤던 대실기를 반복해선 안 된다.
두 번째 3인 4각 경주는 꼭 성공해야 한다. 역사는 소탐대실의 대가를 훗날 반드시 요구한다. 비핵평화 실패 시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그리고 한국의 외교와 내정을 덮칠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다. 사즉생의 결기가 절실하다. 자주 지혜는 결기의 산물이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