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땅 1.2 ㎞ 앞에 둔 한강하구 중립수역 강화도 평화전망대에서 바라 본 북한 개풍군 해창리 일대. 오른쪽 돌출부와 우리 해병대 초소와의 거리는 1.8㎞다. [변선구 기자] 65년 만의 남북 공동조사 전망대를 찾은 월남참전자회 회원들. [변선구 기자] 김포반도 동북쪽 끝점부터 교동도 서남쪽 끝점까지(남측), 개성시 판문군 임한리부터 황해남도 연산군 해남리까지(북측) 총연장 70㎞, 면적 약 280㎢. 남북이 공동 이용키로 합의한 수역이다. 5일 이후 우리 해양조사선 6척으로 남북 전문가들이 함께 다니며 해저와 조석(潮汐)을 조사하고 있다. 정부는 합의문에서 ‘골재 채취 및 관광, 생태 보전 등 다목적 사업을 추진하고, 공동으로 골재를 채취해 이용하거나 판매 수익을 배분할 수 있다’고 내세웠다. 모래·자갈 규모가 13조원 어치라는 추정도 나왔다. 대북 유엔제재 위반 논란이 일자, 정부는 ‘일단은 기초 조사’라고 해명한다. 해양수산부는 “국제 규격에 맞는 해도를 만들어 민간 어선들이 자유롭게 항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남북한은 ‘통행 하루 전 통보’ ‘상대측 경계선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 군사적 보장장치도 마련했다. 12월 말까지 조사를 끝내고 내년 4월부터 배가 다니도록 한다는 게 정부 목표다. 전망대 왼쪽의 거대한 모래톱. [변선구 기자] 중립수역을 포함, 남북이 이번 합의에서 완충지대로 설정한 서해는 북한군과 공작원 침투 루트이기도 하다. ‘주사파의 대부’로 불린 김영환 씨(1999년 전향)도 이 통로로 북한에 잠입했다. 김씨는 91년 5월 16일 밤 12시 강화도 남서쪽 건평리 야산에서 북한 공작원과 1차 접선한 뒤, 갯벌 250m를 걸어가 북한 반잠수정(북 호송원 4명 동승)을 타고 황해도 해주로 갔다. 김씨는 해주-평양을 거쳐 묘향산에서 김일성 당시 주석을 만났다. 북한군은 60·70년대 땐 수영 장비나 고무보트를, 90년대 이후엔 간첩선과 반잠수정을 이용해 하일리, 교동도 등으로 침투했다. 이와 관련, 군 일각에선 이번 공동조사를 두고 전쟁이 나면 가장 중요한 게 지도인데 그 정보를 북한에 주는 셈 아니냐고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6·25 때 미군은 우리 군에 지도가 없어 일본이 제작한 지도로 전쟁을 치렀다. 미국이 ‘장진호’ 전투를 일본명 ‘초신(Chosin)’으로 기록하고 있는 이유다. 이 수역에 해병대 2사단 고무보트가 뜬 일도 있다. 96년 8월 집중 호우 때 북한의 수소가 떠내려오다 유도에 올라 5개월간 지냈는데 동사 위기에 처하자 해병대가 북측 양해와 유엔사 허가를 얻어 구출했다. 이 소를 ‘평화의 소’로 이름 붙이고 제주도의 암소와 짝을 맺어줘 화제를 모았었다. 그런데 나중에 그 소가 인근 지역 주민이 잃어버린 소였고, 일이 너무 커져 말을 꺼낼 수 없었다는 얘기도 한 주민이 들려줬다. 지광식(左), 황내하(右) 10년간 강화 일대 문화해설사로 일했다는 김씨는 “이 수역에 배가 다니는 날이 오길 소망했는데 그 꿈이 이뤄질 것 같다”며 “크루즈가 뜨고 한강까지 이어지는 관광과 문화 교류의 길로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화도 서쪽 교동도 민간인 통제선 북쪽으로 가려면 검문소를 지난다. 도로를 가운데 두고 한쪽 논은 일반 농지, 오른쪽은 민통선구역 논인 경우도 많다. 거주민들은 출입증을 차량에 붙이고 다닌다. 해병대 병사들이 신분증 검사를 꼼꼼히 했다. 검문소에서 만난 한 주민은 최근 일부 관광객들이 검문 병사에게 “세상이 바뀌었는데 왜 검문을 하느냐”며 실랑이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했다. 교동도 면사무소 인근 대룡시장을 찾았다. 피란민들이 형성한 오래된 시장이다. “남북 간에 이렇게 군사적 충돌 없이 평화롭게 살아야지. 우리같은 사람들은 고향으로 왕래할 수 있을까 기대하는 거지. 북한 배랑 섞이는 거는 걱정 안 해. 정세가 많이 달라졌잖아. 이번엔 잘 될 것 같아.” 60년 넘게 이발소를 운영한 지광식(79)씨 얘기다. “1952년 3월 부모님과 7남매가 모두 피란 왔다. 어머니가 마당에 묻어 둔 놋그릇을 가지러 누나·여동생과 함께 집에 갔다가 영 못 나왔어.” 교동도 앞 연백군 해성면이 고향이라는 황내하(77)씨의 생각은 달랐다. “이 동네가 개발되고 가족들 왕래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한두 번 속는 게 아니잖아. 그동안 잘 해주고 핵밖에 더 돌아왔나. 북한이 마음먹고 특수부대 풀면 그냥 당해. 총 들고 싸울 사람 없어. 해병대는 용감해서 싸우겠지만 육군은 머리만 땅에 박고 있을 거야. 기강이 죄 빠졌잖아.” 귀경길 강화읍 북단 연미정을 지날 때 초소에서 구호와 군가소리가 들렸다. 해병 2사단은 사단 전면 해안선 81㎞, 강화·교동도 등 전체 해안선 255㎞를 지킨다. 해병대 관계자는 남북 긴장 완화 상황에 대해 “우리의 영토와 국민 목숨을 침해하는 것은 적”임을 병사들에게 주지시키고 있고, 대비태세에는 영향이 없다고 강조했다. 9·19 군사합의서가 나온 뒤 신원식 전 합참 작전본부장,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등은 “북한이 서해 완충 지역을 통해 기습해 올 경우 김포반도를 거쳐 서울을 일거에 포위할 수 있다”며 “특히 평야 지대에서 축차(逐次)방어진지 구축은 어렵기 때문에 저지가 쉽지 않다”고 우려했다. 해병대 전 예비역 장성은 “향후 남북 어선이 함께 조업하면서 해병대원들의 피로도가 커질 수 있어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국방부 고위직과 야전 사령관을 지낸 한 인사를 만났다.
김수정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김수정 논설위원이 간다] “모래 캐서 같이 잘 살자” “서울 기습 길 터주나” |
'新聞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기자의 시각] 어느 '꼰대 판사'의 글 (0) | 2018.11.15 |
|---|---|
| [양상훈 칼럼] 5년 유효 '폭력 면허' '점거 허가증' 받은 민노총 (0) | 2018.11.15 |
| "박정희 천재" 외친 이언주…'센놈'만 때리는 전략 먹혔다 (0) | 2018.11.14 |
| [남기고 싶은 이야기] 교육장관이 한국과학원 반대하자 … 박정희 “남덕우 박사 의견은?” (0) | 2018.11.14 |
| 무역전쟁 수세 몰린 中 돌변 "北에 절대 돈 보내지 말라" (0) | 2018.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