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감반 문제 이렇게 불거질 일 아닌데
조국에게 정무적 책임 안 물어 커졌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정치는 타이밍의 예술이다. 정치가 아름다운 예술 작품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타이밍을 놓치면 곤란하다. 순식간에 정권이 내려앉고 나라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3주 전에 불거진 ‘청와대 특감반 민간인 사찰 의혹 사건’의 전개 과정이 실감 나는 사례다. 문제 해결의 시점을 몇 번 놓치자 청와대는 뒤죽박죽, 쑥대밭이 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반대 비율이 지지도를 넘어섰다. 방송에선 집권 2년 차 증후군이라느니 대통령의 레임덕이 시작됐다느니 하는 말들이 거침없이 쏟아진다. 집권당인 민주당에서조차 ‘저 아마추어 청와대를 언제까지 따라가야 하느냐’는 볼멘소리와 냉소가 나온다.
문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랄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타이밍을 세 번 놓쳤다고 본다.
첫 번째는 11월 30일. 조국 민정수석은 임종석 비서실장과 상의해 청와대 특감반 전원 교체라는 희대의 조치를 내리고는 “민정수석실은 특감반 직원 일부가 비위 혐의를 받는다는 것만으로도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으리라고 판단했다”는 입장문을 냈다. 무슨 권력자의 담화문 같다. ‘민정수석실 책임자로서 죄송하다’는 사과는 한마디도 없었다. 그 뒤 시간이 흐르면서 새롭게 드러난 사실이지만 특감반 문제는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지휘·감독·판단의 실패이자 민간인 상대 불법 사찰로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임종석·조국 두 사람이 자기들끼리 사건의 본성을 개인의 일탈 문제로 축소해 비튼 측면이 있다. 돌이켜 보면 조국 수석은 판을 크게 봤어야 했다. 법률적 문제로 좁힐 일이 아니라 정무적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게 옳았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도 못 막을 사건으로 키웠다.
궁금한 것은 임종석 실장이 전대미문의 특감반 전원 교체안을 아르헨티나를 방문 중이던 문 대통령에게 보고했을까 하는 점이다. 대통령이 제대로 보고를 받았다면 최고 통치자 입장에서 좀 더 다각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승인했어야 했다. 보고를 받지 않았다면 문 대통령은 임종석·조국 두 사람에게 너무 많은 재량권을 준 것이다.
타이밍을 놓친 두 번째 포인트는 12월 4일. 해외순방에서 돌아온 문 대통령은 조국 수석을 경질하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실어줬다. 그 며칠 전 대통령은 해외에서 페이스북에 “믿어달라. 정의로운 나라를 꼭 이루겠다”고 썼기에 사람들의 혼란은 더 컸다. 그는 조 수석에게 “공직기강 확립을 위해 관리체계를 강화하라” “대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사건의 성격을 국민이 올바르게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특감반의 불법 의혹 사건은 청와대의 관리체계가 아니라 비서실장, 일부 수석 비서관들의 엄정한 공직 정신과 책임 의식의 부재 같은 인간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해결책은 거기서 나와야 했다. 대검 조사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듯한 언급도 부적절했다. 이제 사람들은 특감반에 관한 검찰 수사의 객관성을 선뜻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세 번째 문제는 대통령이 임종석·조국을 감싼 이후 지금까지 진행된 청와대 고위직들의 수치심 모르는 행태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김의겸 대변인,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까지 가세해 자기가 데리고 썼던 하급자를 “궁지에 몰린 미꾸라지” “불순물”로 몰아갔으니 아무리 급했다 해도 얼마나 못난 짓인가. 누워서 침뱉기다. 어떻게 자신들은 그렇게 잘못한 것도 책임질 것도 없다고 주장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은 질리고 절망한다. 청와대 참모들이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대통령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써야 할 때가 올지 모른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