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人들의 옛글] - 타면자건(唾面自乾)에 얽힌 고사
불가(佛家)에서는 탐(貪)·진(瞋)·치(癡)를 삼독(三毒)이라고 하여
행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세 가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 가운데 화(禍)를 일컫는 ‘진’은 인간의 마음을 황폐하게 하고
인간관계를 해치는 첫 번째 해악이다.
사마천의 ‘사기(史記)’를 비롯해 중국 각 시대의
정사(正史)로 꼽히는 18가지의 역사서를 간추려
편집한 ‘십팔사략(十八史略)’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에 타면자건(唾面自乾)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나라 측천무후때 유능한 신하 중
누사덕(屢師德)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온후하고 마음이 넓어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무례하게 대들더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한 번은 그의 아우가 대주(代州) 자사(刺史)로 임명돼 부임하려고 했을 때
“우리 형제가 다 같이 출세하고, 황제의 총애를 받는 건 좋지만,
그 만큼 남의 시샘도 남보다 갑절은 된다. 그런데
그 시샘을 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느냐” 고 물었다.
그러자 아우가 “비록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상관하지 않고 잠자코 닦습니다.
만사를 이런 식으로 사람을 응대해
결코 형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고 답했다.
누사덕은 동생의 대답을 듣고 이렇게 훈계했다.
“내가 염려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어떤 사람이 너에게 침을 뱉은 것은
너에게 뭔가 화가 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네가 그 자리에서 침을 닦으면
상대의 기분을 거스르게 되어 상대는 틀림없이 더욱 더 화를 낼 것이다.
침 같은 건 닦지 않아도 그냥 두면 자연히 말라 버리니,
그런 때는 웃으며 침을 받아 두는 게 제일이다”고 말했다.
‘타면자건(唾面自乾)’은 바로 처세에는 인내가 필요하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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