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퇴직공무원 폭로의 장
유튜브가 동영상의 86% 점유
선정성과 수익구조 문제 더해
유독 한국에서 정치적 담론이
유튜브 집중되는 상황은 걱정
전통적 언론 역할 더 중요해져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기재부 퇴직공무원 폭로의 장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좋건 싫건 2018년은 유튜브가 우리 생활, 특히 정치적 삶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해였다. 어느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바일 서비스가 유튜브이며, 특히 동영상 시장 점유율은 86%로 나타났다고 한다. 교육부와 한국직업개발연구원이 지난 연말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유튜버”라는 신종 직업은 운동선수, 교사, 의사, 조리사 등의 전통적인 직업에 이어 초등학생들이 희망하는 직업 5위에 당당히 올랐다. 기재부에 사표를 던지고 나온 어느 퇴직 공무원이 “조직의 비리를 폭로”한 장소 또한 어김없이 유튜브였다. 가정의 일상과 공동체의 토론에 이토록 빠르고 폭넓게 변화의 바람을 불어온 계기가 있었을까. 아마 매스미디어 혁명을 완성한 1970년대 TV의 전면적 보급 이래 처음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연찮게도, 유튜브가 애초에 꿈꾸었던 것은 이름 그대로 “당신의(You) 텔레비전(Tube: 음극선관, 즉 TV의 속칭)” 즉 새로운 시대의 텔레비전이었다. 돌이켜보면, 텔레비전의 핵심이란 보편성, 즉 남녀노소, 계층 직업을 막론하고 누구나 동일하고 표준화된 정보를 가장 손쉽고 직관적인 방식으로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소비할 수 있게 된 데 있었다. 지금은 상상하기조차 힘들지만, ‘불과’ 30년 전만 하더라도 2~3개의 채널, 그것도 오후 5시부터 방송이 시작되던 때, 9시 뉴스나 뉴스데스크는 가장 신속하고 유일한 정보원이자 놓칠 수 없는 정치적 대중교육의 장이었다. “땡전 뉴스”처럼 독재자의 근황을 전국민이 다같이 매일 지켜봐야 하는 일도 있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공중파에 무엇이 방송되고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만큼 처절하고 격렬한 토론과 싸움 또한 없었을 것이다. 유튜브의 진정한 의미는 이러한 보편성을 향한 토론과 싸움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깨닫게 해 주었다는 게 아니었을까. 그 누구나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으로 자신만의 채널을 구성하여 시청할 수 있으며, 누구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자신만의 이야기를 ‘송출’할 수 있다는 것은 방송의 제작과 소비 과정을 극단적으로 개별화하고 ‘민주화’한 것이라 할 만하다. 그래서 그 과정은 지면 한 뼘과 공중파 1초를 얻어내기 위한 기자의 노력이 더이상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유튜브는 TV의 계승자라기보다는 종결자로 평가해야 할 것 같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인간의 확증편향과 그것을 이용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유튜브의 유인구조이다. 인간은 자신들의 신념이나 생각을 늘 재확인하려 하는 경향이 있고, 내 컨텐츠가 선택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일은 설득과 입증보다는 나와 동일한 의견을 지닌 이들을 대상으로 ‘화끈한’ 목소리를 내는 일일 것이다. ‘보수 채널’과 ‘진보 채널’은 상대에 대한 토론보다는 ‘자기편’에 대한 동원과 강화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보인다.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유튜브가 지닌 ‘강화 피드백(positive feedback)’이다. ‘보수’ 동영상을 1개 보면 같은 성향의 클립이 2개 추천되며, 머지않아 나의 채널은 온통 ‘보수’ 동영상으로 도배가 될 터이다. 더 문제가 되는 대목은 이러한 모든 과정이 철저하게 계산된 수익구조 위에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구독자 수와 시청자 수, 시청시간, 광고 클릭 등을 기준으로 연간 수십억원을 유튜브로부터 벌어들이는 운영자가 있으며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익은 구글의 몫이 될 것이다. 이들의 목적이 보다 나은 정치토론이 아니라는 점은 자명하다. 가장 중요한 정치적 토론들이 일개 사기업의 특정 서비스가 설정한 틀과 규칙 내에서 구성되고 있는 게 우리 시대의 흐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름모를 익명의 온라인 동지들과의 규합을 넘어, 가정과 공동체의 가까운 사람들과의 책임있는 정치토론이 중요하고 유의미한 만큼이나 전통적인 언론과 뉴스의 역할은 여전히 무겁게만 느껴진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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