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 587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65> 결집과 집결 : 결집과 분열

사회 가출 성품 의결 결집은 거꾸로 읽어도 낱말이 된다. 토지의 신인 사(社)에 기반을 둔 사람들 모임(會)이 사회(society), 먹고살기 위한 모임이 회사(company)다. 비행 청소년이 집을 나가면 가출(家出), 큰 뜻을 품고 속세를 떠나면 출가(出家)다. 성품(性品, 性稟)과 품성(品性, 稟性), 의결(議決)과 결의(決議)는 뜻이 같다. 하지만 결집(結集)과 집결(集結)은 뜻이 같지 않다. 하나로 뜻이 모일 때 결집이라면, 한곳에 모일 때는 집결이다. 불교 역사와 관련된 낱말은 결집이다. 고타마 부처께서 80세 나이로 기원전 544년에 입멸했다. 이후 제자들과 후예들은 네 차례 결집했다. ▶1차 결집은 부처님 입멸 직후다. 500여 비구가 부처님께 직접 들은 말씀을 따라 합송했다. ▶2차 결집..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64> 어불성설과 언어도단: 불립문자

다음 낱말들은 불교에서 유래했는데 왠일인지 부정적 의미로 변했다. ▶야단법석(野檀法席)은 부처님께서 야외의 단에서 법을 설하는 자리→ 사람이 너무 많이 몰려 소란스러움. ▶야기요단(惹起鬧端)의 준말로 옳고 그른 시비를 가리는 야료(惹鬧)→ 생트집 잡고 시끄럽게 떠듬. ▶시비를 가리기 위해 크게 말하는 야단(惹端)→ 핏대와 목소리 높여 마구 꾸짖음. ▶수행하는 승려와 사무보는 승려인 이판사판(理判事判)→ 어찌 할 수 없는 막다른 길. ▶수행을 많이 한 승려인 화상(和尙)→ 말이 안통하는 답답한 사람. ▶승려가 탁발하며 음식을 구하는 걸식(乞食)→ 불쌍한 음식 구걸. ▶승려가 걸식할 때 민가 앞에서 종을 흔드는 동령(動鈴)→ 거지의 동냥. ▶시체를 안치하는 숲인 시다림(尸茶林)→ 괴로운 시달림. ▶윤회하는 ..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63> 보리와 살타 : 보살의 의미

부도(浮屠) 열반(涅槃) 승가(僧伽) 반야(般若) 건달(乾達) 겁(劫) 찰나(刹那) 비구(比丘) 비구니(比丘尼) 아라한(阿羅漢) 인다라(因陀羅) 삼매(三昧) 달마(達磨) 아수라(阿修羅) 같은 낱말은? 한자 뜻으로 단어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불교가 중국으로 넘어갔을 때 인도어로 적힌 단어에 대해 한자 의미보다 발음을 빌려 적은 음차어이기 때문이다. 부처 역시 붓다(Buddha)를 음차한 불타(佛陀)나 불체(佛體)의 발음이 변한 이름 같다. 부처가 되려고 정진하는 수행자인 보살(菩薩)도 마찬가지다. 인도어인 보디사트바를 음차한 보리살타는 깨달음을 뜻하는 보리(菩提)와 존재를 뜻하는 살타(薩埵)의 합성어다. 깨닫기 위한 존재다. 원래는 부처가 되기 전 가장 높은 경지의 아라한이었다. 하지만 아라한은 초기 불..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62> 만트라 얀트라 탄트라 수트라: 만다라

임권택 감독이 ‘만다라’를 만들었다. 1981년 개봉한 불교 영화다. 산스크리트어인 만다라(mandala)의 음차어 만다라(曼茶羅)는 우주의 진수와 본질을 그린 불화(佛畵)다. 탱화가 불교 회화라면, 만다라는 불교 도형에 가깝다. 그렇다면 만다라와 가장 비슷한 낱말은? ①만트라 ②얀트라 ③탄트라 ④수트라. 발음으로만 본다면 ①번인 듯하다. 하지만 만트라는 그림이나 도형이 아니고 진언(眞言)이다. 그냥 진리의 말이 아니라 명상할 때 반복해 말하면 바람을 이룬다는 주문(呪文)이다. ②번 얀트라는 명상할 때 마음의 집중을 이루기 위한 기하학적 도형이거나 도상이다. ③번 탄트라는 도무지 짧게 감히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 다단 난해한 개념이다. 밀교(密敎)와 관련 있다. 탄트라의 불이라는 제목의 성애영화도 있듯 퇴..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61> 열반과 쟁반 : Nirvana

고매하신 스님께서 돌아가시면 입적 입멸 적멸 열반 등의 단어를 쓴다. 고요함의 세계로 들어간 입적(入寂), 사라짐의 세계로 들어간 입멸(入滅), 고요함의 세계로 사라진 적멸(寂滅)은 한자 뜻이 분명하다. 하지만 열반(涅槃)은 갯벌흙 열(涅), 쟁반 반(槃)의 뜻과 별 관련이 없다. 고대 인도어인 니르바나의 음차어이기 때문이다. 니르바나(Nirvana)는 불어서(vana) 끄다(nir)는 뜻이다. 이글거리던 번뇌(煩惱)의 불꽃이 꺼졌으니 속박에서 벗어나 근심 걱정 고민 불안이 사라진 해탈(解脫)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고대 인도 브라만교도들이 설정했던 인생의 네 번째 목표인 목샤(Moksha)도 완전한 자유와 최상의 쾌락인 열반락(涅槃樂)을 누린다는 뜻이다. 인간이 죽으면 당연히 온갖 번뇌가 사라지니..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60>절과 사 ; 털례와 데라

몸을 꺾어(折) 절을 드리기에 절일까? 견강부회같은 억지 꿰맞추기인 한자부회다. 절을 뜻하는 배(拜)라는 한자가 따로 있다. 로얄 살루트라는 위스키의 살루트가 오히려 절과 더 가까울지 모른다. 건강의 여신 살루스(Salus)에서 온 살루트(salute)는 상대방의 건강을 바라는 절이다. 살루트의 살과 절의 발음이 비슷하다. 그렇다고 부처님께 절을 드리는 곳이니 절일까? 이 또한 억지 꿰맞추기인 한글부회다. 절의 어원을 따지려면 역사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승가(僧伽)가 불도를 닦는 곳은 산스크리트어로 상가라마였다. 한자로 음차해 승가람마(僧伽藍摩)다. 승가의 동산인 승원(僧園)이며 줄여 가람(伽藍)이다. 부처님 사실 때 불교는 왕국 권력자들에게도 포교되며 죽림정사, 기원정사 등 번듯한 승원들이 지어졌다...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459> 승가와 스님 : 승과 중

선생님에서 님을 빼면 선생이듯 스님에서도 님을 빼면 스일까? 결코 우스운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골치 아픈 복잡한 문제다. 님을 빼면 스가 아니라 승이라는데? 일리가 있다. 스님의 어원에 대해 딱 맞는 정설(正說)이나 하나의 정설(定設)이 없다. ①스승을 뜻하는 한자 사(師)의 발음이 스로 변하고 존칭 님이 붙어 스님이 되었다는 설 ②스승님이 스님이 되었다는 설 ③남자 스님과 여자 스님을 모두 일컫는 산스크리트어 스와미가 승니(僧尼)로 쓰이면서 승니가 스님이 되었다는 설 ④부처님 제자들의 수행공동체인 승(僧)에 존칭 님이 붙어 승님이 되고 승님의 발음이 변해 스님이 되었다는 설. 내 주관적 자율적 판단으로는 ④번이 가장 와닿는다. 승은 원래 승가였다. 가는 유가(儒家) 불가(佛家) 도가(道家)처럼 집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