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3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3] 커브컷(curb-cut) 효과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3] 커브컷(curb-cut) 효과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입력 2022.05.03 03:00 연석(갓돌·curb)은 18세기 런던에서 마차가 달리던 차도와 인도를 분리하기 위해 처음 설치되었고, 이후 유럽과 미국의 다른 도시로 전파되었다. 자동차의 등장 이후, 연석은 운전자에게는 차도의 경계를, 보행자에게는 심리적 안정감을 줬다. 그런데 1930년대에 현대식 휠체어가 발명되고 나니 연석이 문제가 되었다. 휠체어로는 높은 연석을 내려가기도, 올라가기도 어려웠다. 장애인들은 연석을 깎아서 경사로를 만들어달라고 청원했지만, 이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공무원은 없었다. 1970년대 초 장애 인권 운동가 마이클 파초바스(Michael Pachovas)와 동료들은 미국 캘리..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2] 혈액형 성격설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2] 혈액형 성격설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입력 2022.04.19 03:00 ‘A형은 온화하고 반성적이며 진중하고, B형은 조잘거리고 의지가 약하다. 독일에는 A형이 흔하고 식민지인과 집시에게는 B형이 많다.’ ‘공장 노동자 중에 O형과 AB형이 주로 사고를 낸다. A형과 B형은 사고를 치는 경우가 적다.’ 1932년, 일제강점기 동아일보에 소개된 혈액형과 성격에 관한 기사 내용이다. 20세기 초에 ABO 혈액형이 알려지면서 우생학자들은 민족 전체의 혈액형을 검사해 통계를 내기 시작했다. 폴란드 생물학자 히르슈펠트는 병사들의 혈액형 중 유럽인에게는 A형이, 비유럽인에게는 B형이 많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이 비율이 유럽인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지표라고 주장했다. 일본 심리..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 팬데믹의 끝

[홍성욱의 과학 오디세이] [1] 팬데믹의 끝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 입력 2022.04.05 03:00 중국에서 들어오는 입국자만 막으면 팬데믹을 막을 줄 알았다. 수학적 모델링 기법에 의존한 ‘록다운’(lock down·이동 제한 등 봉쇄)이 팬데믹을 해결할 것이라고 믿었다. 마스크와 사회적 거리 두기가 성공할 줄 알았다. 나중에는 백신만 맞으면 ‘게임 체인지’가 될 줄 알았다. 3차 접종까지 했지만 팬데믹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과학자 브뤼노 라투르는 과학을 ‘사이언스’와 ‘리서치’로 나눈다. 교과서에 실린 과학인 ‘사이언스’는 확실한 지식이다. 반면에 연구 프런티어를 개척하는 ‘리서치’는 불확실하고 논쟁적이다. 팬데믹과 관련된 모델링, 마스크, 거리 두기, 방역 지침 모두 ‘리서치’ 과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