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기자의 시각] 判事 가족 공격도 '양념'인가

bindol 2019. 2. 14. 05:34

김동하 정치부 기자
김동하 정치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달 중 법관 5명에 대한 탄핵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SNS와 인터넷 댓글 등에선 김경수 경남지사 법정 구속 판결을 내린 성창호 판사에 대한 공세가 다시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성 판사를 탄핵하라"는 요구가 빗발친 것이다.

성 판사가 지난 1월 말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문 대통령의 핵심 측근 김경수 지사에게 실형을 선고하자 민주당은 사실상 '재판 불복성' 발언을 쏟아냈다. 일부 '열성 친문'은 성 판사 가족까지 겨냥했다. "성창호와 그 가족의 재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자녀는 어디에 취업했는지 밝혀야 한다" "가족을 포함해서 다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초 단위로 불에 타는 고통을 받으면서 살라고 저주하겠다"는 말도 올라왔다.

여야가 자기 입맛과 진영 논리에 따라 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일은 그동안에도 있었다. 하지만 판사 개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무분별하게 인신공격하고 신상을 터는 것은 사실상 인권침해다. 지금 판사들 사이에서는 김 지사의 2심 판결을 서로 맡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퍼져 있다고 한다. 이른바 '문빠'들로부터 자신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어떤 공격을 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여권에서도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한 명쯤은 나올 법하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모두 침묵하고 있다. 흥분한 '문빠'들을 향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곧바로 '배신자'로 찍힐 게 뻔하기 때문이다.

청와대와 민주당, 친문 지지층은 문 대통령 딸 다혜씨의 해외 이주 의혹이 제기됐을 때는 "대통령 가족의 인권과 사생활은 보호받아야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통령이든 판사든 그 가족의 인권은 똑같다. 그런데 여권은 두 상황에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상대방 후보에 대한 '문자 폭탄' 공격에 대해선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했다. '문빠'들의 악성 댓글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지금 판사와 그 가족에 대한 문빠들의 도 넘는 공격도 '양념'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든다. 판사가 자기 가족의 신변까지 위협을 받을 경우 제대로 된 재판을 하기 힘들다. 헌법은 판사가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심판하며, 불리한 처분을 받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 여권 상황을 볼 때 친문 지지층의 판사 공격을 말릴 사람은 문 대통령밖에 없다. 대통령은 스스로 인권변호사 출신임을 자부해 왔다. "모든 국민이 서로 존중하면서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꾼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계속 침묵을 지킨다면 스스로의 소신과 철학을 저버리는 일이 될 수 있다. 이젠 대통령이 나서야 할 때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2/13/201902130329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