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우시(無錫)에 본사를 둔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중국 최대의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 업체다. 이 회사는 유럽에 첫발을 내딛는 나라로 아일랜드를 점찍고, 지난해부터 수도 더블린 인근에 4000억원을 들여 생산 시설을 짓고 있다. 공장이 완공되면 일자리 400개가 만들어진다. 지난해 중국이 아일랜드에 투자한 금액은 전년보다 2.2배 늘었다.
아일랜드는 해외 기업이 떠받치는 나라다. 더블린 시내 리피강(江) 하구는 구글·페이스북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몰려 있어 '실리콘 독(Silicon Dock)'이라 불린다. 이 지역에는 국제금융서비스센터(IFSC)를 중심으로 200여 외국계 금융회사도 들어와 있다. 세계 20대 소프트웨어 기업 중 17개사, 10대 제약사 전부, 25대 금융 서비스 기업 중 20곳이 아일랜드에 둥지를 틀고 있다.
덕분에 아일랜드는 지난해 5.9%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단연 1위다. 최근 한국에서 여당 사무부총장이 "미국을 빼면 한국이 사실상 성장률 1위"라고 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이 2.7% 성장률로 36개 회원국 중 21위를 기록할 것이라는 것은 OECD 홈페이지(잠정치 기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한국은 아일랜드가 해외 기업을 대거 끌어당겨 고속 질주하는 비결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선 세제(稅制) 혜택이 확실하다. 12.5%인 아일랜드 법인세율은 선진국 최저 수준이다. 2016년부터는 아일랜드 내에서 이뤄진 연구·개발(R&D) 성과로 얻은 수입에는 절반인 6.25% 세율만 적용한다. 한국의 IT 대기업이 아일랜드로 본사와 연구센터를 옮기면 세금이 4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는 뜻이다. 아일랜드 정부는 투자 유치 전담 조직인 투자청(IDA)을 두고 외국 기업에 '맞춤식 상담'을 해준다.
게다가 아일랜드의 생산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외국 투자자들이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OECD가 24개 회원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조사했더니 아일랜드는 88달러로 1위, 한국은 34.3달러로 17위였다. 성과는 뚜렷하다. 작년 한 해 아일랜드는 외국 투자 기업만으로도 22만9000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민간과 함께 2022년까지 125조원을 신(新)산업
에 쏟아부어 일자리 10만7000개를 만드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여당은 '경제 성적표'가 준수하다고 강조하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사실을 왜곡하면 망신을 초래할 뿐 아니라 생활고에 찌든 국민이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성과를 치장하는 데 쓸 시간이 있다면 해외 기업을 한 곳이라도 더 유치하려 애쓰는 것이 경제 살리기에 보탬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