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기자의 시각] 김연철 후보 누굴 의식했나

bindol 2019. 3. 28. 05:03

윤형준 정치부 기자
윤형준 정치부 기자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는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여러 어록(語錄)을 남겼다. 교수 시절 주장과 청문회 때 입장이 배치된다는 지적엔 "학자의 생각은 진화할 수 있다"고 변명했고, 통일에 대해선 "농부의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통일은 도둑처럼 오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나 김 후보자가 유독 말을 돌리며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던 질문이 있었다. '북한의 인권유린 사례를 다섯 가지만 대보라'는 무소속 이정현 의원의 질의였다.

김 후보자는 이 의원 질문에 처음에 "저는 북한 연구자였다"고 했다. 이날 이 의원이 일곱 차례에 걸쳐 "다섯 가지 구체적 사례를 얘기해달라"고 했지만 김 후보자는 딴 얘기만 했다. "(원장을 맡았던) 통일연구원에선 인권백서를 발간하고 있다" "정부도 북한 인권의 보편적 가치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저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글을 쓴 적도 있다"는 게 김 후보자의 대답이었다. 그는 계속되는 이 의원의 집요한 질문에 "북한 인권 증진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최대의 노력을 하겠다"는 말로 피해 나갔다. 도대체 누구를 의식했던 것인가.

굳이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복형(김정남) 암살과 고모부(장성택) 처형, '아오지 탄광'으로 대표되는 강제 노역, 정치범 수용소 등 김정은 정권의 인권 탄압 사례를 대답하지 못할 대한민국 국민은 없다. 김 후보자 역시 '몰라서' 답하지 않은 게 아닐 것이다. 인권 문제 비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북한 정권의 심기를 미리부터 살피느라 대답을 회피했던 것이다. 그 순간만 모면하면 장관이 되는 데 문제없다고 판단하고, 벌써부터 미래의 '협상 파트너'인 북한을 의식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간 김 후보자는 남북 경협 등 다른 이슈에 비해 북한 인권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김 후보자는 약 1년 반 동안 통일부 북한인권증진 자문위원을 지내며 회의에는 단 한 차례만 참석했다. 한 언론 기고문에선 "(북한) 인권 문제는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고, 북핵 문제는 당면한 현실"이라며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후순위에 놓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기이한 청문회 답변을 놓고 북한 인권 운동가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앞으로 북한 인권은 더 찬밥 신세가 될 것"이라며 절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 후보자는 학자 시절 본인 의견과 다른 주장에 대해선 여야(與野)를 가리지 않고 독설을 쏟아냈지만 유독 북한과 김정은 정권에 대해선 관대했다. 그의 청문회 답변 태도를 보면 혹여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몸에 밴 '대북(對北) 저자세'가 개선되긴 어려워 보인다. 지금 청와대 기류로 볼 때 역대로 북한 '입맛'을 가장 잘 맞추는 통일부 장관이 탄생할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3/27/201903270393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