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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정보 헤게모니 전쟁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미국에서는 IBM·구글 등 IT 공룡들이 양자컴퓨터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포토] 중국이 일을 냈다. 과학기술로 미국의 자부심을 꺾었다. 우주개발이 아닌데도 미국 일각에서 “옛 소련의 스푸트니크 인공위성 발사에 맞먹는 충격”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미국 의회는 들끓었다. 중국의 행보를 분석하는 정책 청문회가 열렸다. ‘이 분야 기술의 발달이 국가 안보와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의회 보고서도 나왔다. 의회가 움직여 해당 과학기술에 대한 진흥 법안이 지난해 마련됐다. 하원에서는 찬성 384대 반대 11,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AP통신은 “둘로 갈라졌던 미국 정계가 여기서만큼은 하나로 뭉쳤다”고 보도했다. 암호·보안 체계 뒤바꿀 기술 미국에서 양자컴퓨터 벤처 아이온큐(Ion Q)를 설립한 김정상 듀크대 교수. [사진 아이온큐]
중국은 2016년 인공위성 모쯔(墨子)를 쏘아 올렸다. 그러곤 지상과 양자 암호 처리된 교신을 했다. 이듬해엔 베이징(北京)에서 상하이(上海)까지 약 2000km를 잇는 양자 암호 통신망을 설치했다. 지난해에는 베이징과 오스트리아 빈을 양자 암호 망으로 연결해 화상 회의까지 했다. 이게 미국을 흔들었다. 경제지 포브스는 “중국이 해킹 불가능한 양자 통신 네트워크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창(양자컴퓨터)도 방패(양자암호 기술)도 없는데 중국은 일단 방패를 갖춘 셈이다. 중국이 언제 창마저 갖출지 모를 일이었다. 미국에서는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세계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기 시작했다. 중국은 약 1조원을 들여 2020년까지 국가양자연구센터를 짓고 있었다. 동시에 전 세계의 양자기술 인력을 중국으로 끌어들였다. 중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연구진까지 망라했다. 미국 메릴랜드대에 있던 한국인 김기환 박사도 초빙을 받아 중국 칭화(淸華)대 교수가 됐다. 아이온 큐는 양자 컴퓨터 핵심 소자를 개발하고 있다. [사진 아이온큐] EU·중국에 비해 미국 정부는 상대적으로 굼떴다. IBM·구글·마이크로소프트·인텔 같은 IT 기업들이 제각기 양자컴퓨터 개발에 나서고 있을 뿐, 정부 정책은 존재가 희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심지어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이 필요하다”고까지 했다. 케네디 대통령이“우리는 달에 갈 것이다”라는 연설로 스푸트니크 쇼크를 극복하고 우주개발 헤게모니를 쥐었듯, 양자기술 패권을 장악할 전기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결국 의회가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NQI) 법안’을 만들기에 이르렀다. 법안은 압도적인 지지로 상·하원을 통과했고, 지난해 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했다. 미국 정부는 앞으로 5년간 양자 기술에 12억75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손꼽히는 양자 기술 연구자인 미국 듀크대 김정상 교수는 “자칫 미국이 뒤처질 수 있다는 생각이 법안을 탄생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양자컴퓨터 기술 벤처 ‘아이온 큐(Ion Q)’를 미국 현지에 세워 2200만 달러(약 260억원)를 투자받았다.
미국·중국·EU만 양자정보에 열을 올리는 게 아니다. 독일·영국·네덜란드는 EU와 별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호주·이스라엘·싱가포르도 일찌감치 양자정보 기술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일본은 세계 최초로 양자컴퓨터용 큐비트를 개발하는 저력을 보였다. 자체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반면 한국은 이제 걸음마다. 올 초에야 정부가 양자컴퓨터 핵심기술 개발 사업을 발표했다. 올해 60억원, 5년간 총 445억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1조원 넘게 투자하는 미국·중국·EU와는 비교하기 힘든 규모다. 연구 과제 공모에 들어간 게 불과 2주 전이다. 토양이 척박해 연구 인력도 부족하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해외 석학들은 ‘양자 컴퓨팅 중장기 추진전략 기획연구’를 수행한 한국표준연구원에 “외국 선도 그룹과 격차를 줄이기 위해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마디로 선택과 집중이다. 양자정보 가운데 한국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분야를 선정해 잘하는 연구 그룹 몇몇을 밀어주라는 의미다. 부족한 연구비로 ‘패스트 팔로워’가 되기 위한 기본 전략이다. 걸림돌은 좋게 표현해 ‘공평무사’ 주의가 번진 국내 연구 풍토다. 이를 극복하고 양자정보 과학기술의 패스트 팔로워가 되려면 선택과 집중을 하려는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권혁주 논설위원 [출처: 중앙일보] [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중국의 양자 기술, 미국에 ‘스푸트니크 충격’을 던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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