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복판에 ‘NO JAPAN’이라 적힌 깃발 수백개가 내걸렸다가 몇 시간 만에 내려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그는 “중구는 서울의 중심이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오가는 지역이다. 전 세계에 일본의 부당함과 우리의 강한 의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했다. 요즘 같은 시국에서 서 구청장은 박수를 받을 것이라 기대했나 보다. 하지만 여론은 정반대였다. 중구청 홈페이지에 서 구청장을 비판하는 민원이 쏟아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중구청 깃발을 내려달라는 청원이 올라와 1만 70000여명이 참여했다. 청원자는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진행하는 불매운동을 정부에서 조장하고 있다는 그림이 생길 것이며, 향후 정부의 국제 여론전에도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서 구청장은 비판이 쏟아지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관군, 의병 따질 상황이 아니다. 왜 구청은 나서면 안 되냐? 왜 명동이면 안 되냐? 일에는 다 때가 있는 법이다”라 반박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다 비판 여론이 더 거세지자 끝내 사과하고 깃발을 내렸다. 국민들은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모르는 일본의 적반하장 행각에 분노하지만, 그렇다고 혐일(嫌日) 하지 않는다.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피해자 돕기 모금을 제안하고 1호 기부자가 됐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들의 불매운동은 누군가의 선동으로 일어난 게 아니다. 국민들은 경제적 우위를 무기로 한국을 겁박하는 일본을 향해, 개인적인 항의를 하고 있는 것이다. 차분하면서도 전략적인 시민운동이다. 서 구청장은 아마도 국민들 앞에 서서 ‘대장기’를 흔들고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제발, 관군은 관군의 일을 하자. 이에스더 복지행정팀 기자 [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관군과 의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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