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싫으면 하지 마!” 사회초년생 시절, 유독 가혹하게 굴던 선배는 이렇게 소리치곤 했다.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이 말을 듣고 진짜로 일을 그만두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이었고, 혼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계속 다그쳤다. 이 말은 나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요즘은 조금 다르다. “초밥은 날로 먹어도 맛있는데, 인생은 날로 먹으면 안 되냐?” “인생은 수수께끼랑 비슷해. 계속 풀다 보면…이게 뭔가 싶지” 같은 문구를 보며 낄낄댄다.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의 내용이다. ‘싫으면 하지 마. 안 해도 돼’라고 말하는 이 문구를 보며 이상하게도 질책이 아닌 위로를 느낀다. 나만 이런 감정을 갖는 건 아닌 듯하다. 7월 5주차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튜브, 힘낼지 말지는 내가 결정해』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같은 제목의 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쟁에 지친 이들의 보호 본능”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성공을 위해 달려간다. 그러다 치열한 경쟁 속 삶은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다. 성공에 대한 피로감과 좌절감 속에서 ‘가끔은 쉬어가도 괜찮다’는 위안을 받으려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다 무기력해지는 번아웃 증후군까지 가지 않기 위해선 이렇듯 자신을 조절하는 마음 힐링이 필요하다는 게 곽 교수의 말이다. 다만 곽 교수는 “편안함에 빠져버리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포기하면 편하긴 하다. 그러나 마치 게으른 게 더 잘 사는 것처럼 아예 성공에 대한 목표를 줄여버리는 건 자기 패배를 자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전력 질주할 수는 없다. 때로는 걷고, 때로는 쉬기도 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간다면 이런 이상한 위로가 삭막한 일상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되지 않을까. 방향이 맞는다면 속도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이만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더 힘차게 달리기 위해선 ‘내 일’은 ‘내일’ 해야 제맛이니까. 이가영 사회팀 기자 [출처: 중앙일보] [시선2035] ‘내 일’은 ‘내일’ 해야 제맛?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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