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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는 경북 구미시 한복판을 종단한다. 고속도로 서쪽에 자리한 금오산은 기(氣)가 성하다 해서 지금도 풍수지리 입문자가 꼭 답사해야 하는 곳이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와 선영이 산 아래에 있다. 생가 옆에 민족중흥관이 있고 새마을운동 테마공원도 있다. 연 30만명이 방문한다. 구미엔 박정희 체육관과 '박정희로' '새마을로'도 있다. ▶고속도로 동쪽엔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서 있다. 박 대통령 시절인 1969년 지정됐다. 박 대통령은 몇 년 뒤 기공식을 찾아 직접 삽을 들었다. 그는 사석에선 자기 고향에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겸연쩍어했다고 한다. 어쨌든 구미 공단 수출액이 우리나라 전체 수출 흑자 대부분을 차지한 때가 있었다. 그때의 영화를 말해주듯 시내 한복판엔 거대한 수출탑이 서 있다. 구미는 섬유를 시작으로 가전·반도체·휴대전화·디스플레이 등 대한민국 수출·전자 산업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런 구미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작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시장이 당선되고 민주당 소속 도의원·시의원도 여럿 나왔다. "다른 곳도 아니고 구미에서?"라며 많은 이들이 놀라워했다. 산업단지로 변한 구미는 외지 출신 인구 비율이 83%에 달한다. 평균 나이도 37.7세로 경북에서 가장 젊다. 인근에서도 왔지만 공단 근무를 위해 멀리서 유입된 인구도 많다. 호남 향우회원만 수만 명이란 얘기도 있다고 한다. ▶악화한 경제 사정도 정서 변화에 한몫했다. 삼성, LG 등 대기업이 해외나 타지로 공장을 옮기면서 공단 가동률과 실적이 떨어졌다. 수출 1위 타이틀은 다른 도시에 내준 지 오래다. 실업률도 상위권이다. 구미 사람들은 "한때 젊고 잘사는 도시였는데 지금은 젊기만 하고 못사는 도시가 됐다"며 한숨짓는다. ▶공단 지역의 젊은 외지인 표를 받아 당선된 민주당 시장은 박정희 이름을 지우겠다고 했다. 박정희 '탄신' 행사는 '탄생' 행사가 됐고, 공사가 한창이던 박정희 역사자료관은 그의 이름을 빼고 다른 용도로 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급기야 최근 구미공단 50주년 기념식 홍보 영상에 박정희가 빠진 채 김대중·노 무현·문재인 대통령만 들어갔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년에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뺀 것과 같다. 희극 같은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야당 의원이 말미에 "진짜 박수를 받아야 할 사람이 안 나왔다. 구미공단을 설계한 박정희 대통령이다"라고 하자 큰 박수가 나왔다고 한다. 한때의 정치 바람으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려 하면 역풍을 부르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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