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기자의 시각] '최소 1억짜리' 입시 컨설팅

bindol 2019. 9. 21. 07:00
박국희 사회부 기자
박국희 사회부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딸이 고대에 입학한 게 2010년이다. 당시 대학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스펙을 위조했다 덜미가 잡힌 사건의 판결문들을 찾아보면, 조 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자인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분당에서 입시 상담을 하던 A씨는 2009년 중앙대 신문방송학과를 지망하던 학생의 허위 스펙을 만들어주기로 학부모와 짠 뒤, 학생에게 무형 문화재 몇 명을 인터뷰하도록 시켰다. 그리고 이 자료를 대필해 학생 이름으로 그럴듯한 책을 출판해줬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 중 미성년자를 신문 발행인의 결격 사유로 규정한 부분을 골라 학생 이름으로 헌법소원도 제기하기로 했다. 전문가를 통해 외국 사례 조사를 하고 변호사에 의뢰해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작성한 뒤 학생 이름으로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노래가 취미인 다른 학생의 경우에는 자기소개서에 쓰기 위해 학생 이름의 1인 기획사를 차려줬다. 학생 혼자 회사를 경영한 것처럼 꾸미고 작곡가에게 노래를 받아 실제 학생의 음반까지 제작했다. A씨의 스펙 위조 아이디어는 기상천외했지만, 2010년 중앙대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응시한 학생은 2차 면접에서 아깝게 떨어졌다.

이에 비하면 정 교수는 딸을 고대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가볍게 합격시켰다. 금수저 부부의 화려한 인맥으로 고급 스펙도 손쉽게 만들어줬다. 의대 교수를 동급생 학부모로 둔 덕에 딸의 이름을 의학 논문 1저자로 올리고 KIST 소속 박사인 초등학교 동창에게 부탁해 인턴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자신이 교수로 있는 대학교에서 표창장도 줬다. 사회 엘리트로 꼽히는 판사들조차 "조 장관 부부를 보면 아이들에게 미안해진다"는 말을 사석에서 할 정도다.

다양한 스펙을 만들어주고 A씨가 학부모에게 받은 돈이 1억원이었다. 정 교수는 스스로 1억원 이상의 값어치를 한 셈이다. 정 교수가 아예 입시 컨설턴트로 나섰다면 시장 가격은 학생당 1억원을 웃돌았을 것이다. 위법을 무릅쓰고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것보다 수익성도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1억원을 주고 입시 컨설턴트를 고용할 생각은 꿈도 못 꾸고, 이를 스스로 대체할 만큼의 능력도 없는 절대다수 부모는 정 교수 부부를 보며 허탈감을 느낀다. 부모 인맥만으로 1억원어치 스펙을 공짜로 얻은 딸을 보며 학생들은 촛불을 들고 있다.

"재판에서 진실이 확인될 것 "이라며 연일 페이스북에서 열을 내고 있는 정 교수만 "불법은 없었는데 뭐가 문제냐"고 여전히 믿는 눈치다. 최고 형법학자인 남편 조언도 있었을 것이다. A씨는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변호사 14명을 선임한 정 교수는 공언한 대로 재판에서 상당수 혐의를 벗을 수도 있다. 알고 보면 정 교수가 남편보다 몇 수 위의 능력자일지도 모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0/20190920028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