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聞column

[조용헌 살롱] [1212] 청송 沈 부잣집 풍수

bindol 2019. 9. 23. 06:38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취미가 무엇이냐고 나에게 묻는다면 '한국의 수백 년 된 명촌(名村)을 구경하러 다니는 것'이라고 대답하겠다. 명촌에 가서 무엇을 보느냐? 우선 어떤 지세를 가진 명당인지를 살펴보고, 그다음에는 그 동네의 역사를, 그리고 건축 구조를 보고, 공동체의 위기 상황에서 어떤 처신을 했는가를 본다. 이를 보다 보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경북 청송(靑松)은 심씨(沈氏)들의 본향이다.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는 청송 심씨들의 600년 세거지라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 덕천리에는 9대 만석군을 지낸 청송 심씨 송소고택이 볼만하다. 경상도에서 유명한 만석 부잣집이 경주 최 부잣집과 청송의 심 부잣집이다. 이 심 부잣집이 바로 송소고택이다. 1880년에 99칸짜리 집을 지었는데, 현재에도 92칸이 남아 있다. 동학혁명을 겪었고, 해방 이후에는 토지개혁을 당했고, 6·25 때는 인민군 중대본부로 사용되는 풍파를 겪었고, 70년대 이후에는 산업화를 겪으면서도 고택이 사라지지 않고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게 대단한 일이다. 현재는 11대 주손인 심재오(沈載五·64) 장주(莊主)가 집 관리하느라고 애를 먹고 있다. 대문 위에는 전서체(篆書體)로 '송소고장(松韶古莊)'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전서를 잘 썼던 위창 오세창의 글씨이다. 택(宅)이라고 하지 않고 장(莊)자를 쓴 이유는 그만큼 이 집이 대저택이었기 때문이다. 대지만 3000평이다. 우리나라 장급(莊級) 저택으로는 강릉에 '선교장'이 있고, 청송에는 '송소고장'이 있다.

9대 만석군 집답게 풍수도 온통 부자 봉우리로 둘러싸여 있다. 부자 봉우리라고 하는 것은 밥사발이나 바가지처럼 둥그렇게 생긴 모습의 산봉우리를 가리킨다. 대문의 정면에 바로 이 밥사발 봉우리가 바라다보고 있다. 그 왼쪽으로도 2개의 봉우리가 역시 밥사발이다. 그 오른쪽에 있는 봉우리도 마찬가지다. 왼쪽의 2개 밥사발 봉우리는 말 안장 같기도 하다. 말을 타는 귀인이 나온다는 형상이다. 우리나라 여러 명촌을 답사해보았지만 이처럼 대문 바로 앞에 잘생긴 밥사발이 놓여 있는 경 우는 처음 보았다. 동네 앞으로 흐르는 냇물이 빠져나가는 수구(水口)에도 비보(裨補)가 되어 있다. 왕버들도 심어 놓았고, 작은 흙 언덕도 조성해 놓았다. 기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10월 5일 전국 '청송 심씨 한마음대회'가 청송에서 있다고 한다. 3왕후, 13정승, 4부마를 배출한 청송 심씨들이다. 한국의 씨족 문화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9/22/201909220147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