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조국 문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문제로 확대된 지 2주일이 되었다. 몸은 뉴욕에 있지만 대통령의 생각은 국내에 쏠려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조국의 거짓에 분개할 뿐 아니라 그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임명한 문 대통령의 독선에 더 분노하고 있다. 분노는 추석이 지나면서 커졌다. 일본에서 발생한 태풍과 아프리카돼지열병, 화성연쇄살인도 대통령의 오판을 덮지 못했다. 문 대통령에 대한 분노는 이제 국정 지지율이 집권 때 득표율보다도 못한 40%로 추락한 데서 나타났다. 30%대로 붕괴는 시간문제처럼 보인다. 최악의 여론 성적표를 받아본 문 대통령의 마음은 심란했을 것이다. 조국의 인간적 호소 거절 못한 듯 조국 문제는 문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니 누구한테 책임을 돌리기도 어렵다. 복기해 보면 조씨를 장관에 임명한 날이 9월 9일 월요일이다. 문 대통령은 그 이틀 전인 7일 조씨를 만났다고 한다. 인사청문회 다음날이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이게 문 대통령의 첫 번째 실수였다. 소식통에 따르면 조국은 문 대통령을 찾아가 자신은 위법을 저지르지 않았고 검찰 개혁을 이뤄내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달라는 취지로 호소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동남아 순방에서 막 돌아와 여독이 풀리기 전이었다. 자기 진영 사람들에게 마음이 약한 문 대통령은 조국의 인간적인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 뒤 정부의 한 고위급 인사와 청와대의 한 핵심 인사는 성난 민심을 헤아려 조국 임명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이 그들의 충언을 듣지 않은 것이 두 번째 실수다. 조국을 먼저 면담해 선입견을 가진 상태에서 반대 얘기를 들으니 문 대통령이 올바른 판단을 하기 어려웠으리라. 현재 집권층 핵심부에서 조국씨의 ‘입만 진보’ 행태를 문제 삼아 대통령이 그를 버려야 한다는 의견은 상당하다고 한다. 일례로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9월 10일 카톡에서 지인이 “(조국 임명은) 검찰 개혁을 위해 잘된 일이라 생각됩니다”라고 한 데 대해 “난 거꾸론데…난 국민 여론을 받아주는 게 좋았다는 생각. 젊은이들 위로해 주고…”라고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은 강용석 변호사가 2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해당 카톡을 공개하면서 드러났다. 이쯤 되면 조국 문제는 민심 이반의 신호탄일 뿐만 아니라 여권 분열의 씨앗이 될 것이란 예측을 피할 수 없다. 민주당 지역구 의원들이 호남을 제외한 전국 각지에서 들끓는 유권자의 분노를 뻔히 보면서 언제까지나 그를 감싸고 돌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문 대통령의 통치력 누수는 불 보듯 환한 일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문제가 처음부터 위법성 여부가 아니라 국민 정서의 문제였던 점을 중시했어야 했다. 공산주의나 전체주의 국가가 아닌 곳에서 국민과 다투는 정치가 성공한 사례를 보지 못했다. 윤석열의 검찰은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확산될수록 더 철저하고 근본적인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족은 몰라도 나는 죄 짓지 않았다’는 조국식 궤변은 검찰 수사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씨와 달리 국민이 선출한 이 나라의 지도자다. 둑이 무너졌어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면 국민 사랑을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출처: 중앙일보] [전영기의 시시각각] 여권 분열의 씨앗 된 대통령 오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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