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15] 衣冠之盜

bindol 2020. 7. 31. 09:42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얼마 전 현 정부의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놓고 국회의사당에서 희희낙락 사진을 찍어대던 여당 의원들 모습에서 글을 시작한다. '시경(詩經)'에 '항백(巷伯)'이라는 시가 있는데 그중 한 대목이다.

"교만한 자 즐겁고 즐거운데/수고한 자 근심 걱정에 시달리네/푸른 하늘이여 푸른 하늘이여 저 교만한 자 잘 감시하시고/이 수고한 사람 불쌍히 여기소서.

저 중상모략하는 자들이여/누구를 꺾으려고 누구랑 함께 하는가/저 중상모략하는 자를 잡아다가/승냥이 호랑이에게 던져주리라/승냥이 호랑이가 먹지 않거들랑/저 북쪽 황무지에 내던져버리리라/북쪽 황무지도 받아주지 않거들랑/저 하늘에 내던져버리리라."

이 시는 원래 주나라 유왕(幽王) 때 항백이라는 내시가 간신들에게 중상모략을 당하는데도 임금이 어두워 자신을 지켜주지 않자 이를 한탄하며 지은 시다.

항백을 곤경에 몰아넣은 사람은 누구일까? 예로부터 이런 사람을 관복 입은 도적 떼[衣冠之盜]라고 했다.

 

"나라 안에 관복 입은 도적 떼가 있은 다음에야 나라 밖에 창칼을 든 도적[干戈之盜]이 있다." 이들은 백성들의 고통과 외적의 위협 따위는 관심 밖이다. 이들은 결코 권력자에게 쓴 말은 할 생각도 않고 오로지 그가 좋아할 달콤한 말만 골라서 한다. 얼마 전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청와대 만찬에서 대통령을 향해 "설 전에 개혁 입법을 완료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기쁜 마음으로 찾아왔다. 맛있는 저녁 줬으니까 밥값 하겠다"고 했다. 한 정당의 대표가 했다고 믿기 어려운 낯간지럽고 민심과 동떨어진 '달콤한' 발언이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관복 입은 도적 떼는 극성이었다. 달콤한 말만 해대던 그들이 결국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셈이다. 이 정권은 박 전 대통령을 감옥으로 보낸 관복 입은 도적 떼의 길을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

"역사는 두 번 반복된다.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마르크스의 말인데 어떤 '비참한 희극'이 기다리고 있을지 두렵기까지 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21/202001210360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