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한(後漢)의 은둔 학자 왕부(王符)가 지은 '잠부론(潛夫論)' 현난(賢難·뛰어난 이는 어려움을 겪는다)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사냥꾼이 사슴 사냥을 하고 있었고 인근에서는 돼지를 몰던 무리가 있었다. 사냥꾼은 사슴을 쫓느라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돼지를 몰던 무리는 사냥꾼의 소리를 듣고서 자신들도 크게 화답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냥꾼이 저쪽 무리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진귀한 사냥감을 쫓는 것이라 여겨 사슴 사냥을 중단하고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가서 매복했다. 잠시 후에 석회 가루를 뒤집어쓴 돼지가 자기 앞에 달려오자 진귀한 동물이라 여기고 이를 잡아다가 집에서 지극 정성을 다해 길렀다. 얼마 후 비가 내려 석회 가루가 씻겨나가자 일반 돼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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