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용(苟容)은 구차스럽게 인정받으려 한다는 뜻이다. 도리를 어겨 가며 오로지 윗사람의 뜻에만 영합하려는 것은 투합(偸合)이라 한다. 투합구용하면서 녹봉이나 챙기고 교제 범위를 넓히는 데만 온 힘을 쏟는 사람을 순자는 나라를 해치는 자, 즉 국적(國賊)이라고 했다.
순자는 임금의 명령을 대하는 태도를 갖고 신하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첫째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이롭게 하는 신하를 순종하는 신하[順·순]라고 했고, 둘째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신하를 아첨하는 신하[諂·첨]라고 했다. 셋째 명령을 어기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신하를 찬탈하는 신하[簒·찬]라고 했고, 넷째 임금의 영예나 욕됨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것도 거들떠보지 않으며 투합구용하는 자를 나라를 해치는 국적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권에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찰 만큼 이런 유형의 '신하'들이 차고 넘친다.
반면 임금에게 잘못이 있으면 곧게 발언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떠나는 신하를 간신(諫臣)이라 했다. 나아가 목숨을 걸고 임금의 잘못을 지적하는 신하를 쟁신(爭臣)이라고 했다. 위기의 상황에 지혜를 모아 여러 신하들과 함께 임금의 잘못을 일깨우고 설득해 나라를 안정시키는 신하를 보신(輔臣)이라고 했다. 임금의 그릇된 명령에 맞서 임금이 하는 일을 반대함으로써 나라의 위태로움을 안정시키는 신하를 불신(拂臣)이라고 했다. 불(拂)이란 잘못을 털어 낸다는 뜻이다.
이 정권에 간신, 쟁신, 보신, 불신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보지 못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코로나 사망자 수가 O ECD 36국 중 27위라며 이 정부의 방역 성과를 크게 자랑(?)했다가 야당의 거센 비판을 받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과연 어떤 유형의 신하에 속할까? 순자의 한마디가 핵심을 찌른다. "명철한 임금이 상을 주는 사람을 어리석은 임금은 벌을 주고, 어리석은 임금이 상을 주는 사람을 명철한 임금은 죽여 버린다." 이때 임금이란 현대사회에서는 곧 국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