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일본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도쿄 외곽의 저렴한 집을 얻은 터라 에어컨이 없었다. 그때 막 일본에서 판매를 개시한 한국 에어컨을 구입했다. 설치 당일 정확히 약속 시간에 맞춰 초인종이 울렸다. 20대 후반 정도의 설치기사였다. 90도 인사와 함께 명함을 건네더니, 작업 내용을 설명하고 작업 중 소음, 먼지 등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회사 로고가 인쇄된 깨끗한 오버롤 작업복 차림에, 각종 공구가 가지런히 정렬된 두툼한 가죽제 툴벨트를 허리에 감은 모습이 영화 '하이눈'에 나오는 게리 쿠퍼보다도 단정하고 프로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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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를 마무리한 다음 박스에서 리모컨과 설명서를 꺼내 사용법과 주의사항 등을 알려주고, 문제가 있으면 명함 연락처로 연락을 달라는 안내를 마친 후 박스와 스티로폼을 모두 챙겨서 돌아갔다. 90도로 인사를 하고 떠나는 그를 배웅하고 둘러보니, 언제 에어컨 설치 작업을 했나 싶을 정도로 깨끗했다.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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