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나라 애공(哀公)이 사(社)에 대해 묻자 재아(宰我)가 대답했다. "하후씨는 소나무를 썼고, 은나라 사람은 잣나무를 썼습니다. 주나라 사람은 밤나무를 썼는데, 백성을 전율(戰栗)케 하려는 뜻입니다." "논어" '팔일(八佾)'에 나온다. 나무의 종류가 바뀐 것은 토질 차이일 뿐 밤나무로 백성들을 겁주려 한 것은 아니었다.
공자께서 이 얘기를 듣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뤄진 일이라 말하지 않고(成事不說), 끝난 일이라 충고하지 않는다(遂事不諫). 이미 지나간 일이어서 탓하지 않겠다(旣往不咎)." 기왕불구! 이미 지나간 일은 허물 삼지 않는다.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으니 더 이상 말은 않겠지만 한심하기 짝이 없다는 말씀이다. 묵인 아닌 깊은 책망의 뜻을 담았다.
성대중(成大中)이 '성언(醒言)'에서 이를 받아 말했다.
"공자께서 '이미 지나간 것은 탓하지 않는다'고 하신 말씀은 다만 한때에 적용되는 가르침일 뿐이다. 지난 일을 탓하지 않는다면 장래의 일을 어찌 징계하겠는가? 일을 그르쳤는데도 책임을 묻지 않고, 직분을 저버렸는데도 죄 주지 않는다면 되겠는가? 공이 있는 자에게 상을 주고 허물이 있는 자에게 벌을 주는 것은 나라가 흥하는 까닭이다. 선한 이를 표창하고 악한 이를 징계함은 풍속이 바르게 되는 이유다. 이미 지난 일이라 하여 내버려둘 수 있겠는가? 나라를 망친 대부와 싸움에 진 장수는 이미 지나간 일인데도 확포(矍圃)에서 활쏘기 할 때 쫓겨남을 당했으니, 이것이 참으로 만세의 법이다."
잘못을 앞에 두고 이미 지나간 일이고 내가 한 일이 아니라고 덮어두면 안 된다. 잘못을 바로잡지 않으면 반성도 없고 진실 이 은폐된다. 확상포(矍相圃)에서 활쏘기 할 때 일이다. 공자는 제자 자로에게 화살을 나눠주게 하면서 말씀하셨다. "싸움에 진 장수와 나라를 망친 대부, 제 부모를 두고 남의 후사가 된 자는 들어오지 못하게 하라." 이미 지난 잘못의 책임을 물어 사례(射禮)의 출입을 엄격하게 막았다. 기왕불구는 하도 한심해 한 말씀이지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한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