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백규(魏伯珪·1727~1798)가 정원에 여러 종류의 국화를 길렀다. 그중 소주황(蘇州黃)이란 품종이 단연 무성했다. 빛깔도 노랗고 꽃술은 빽빽했다. 가지는 무성하고 잎사귀는 촘촘했다. 정원을 둘러보던 그가 갑자기 사람을 불러 소주황을 모두 뽑아 버리라고 했다. 곁에 있던 객이 어찌 저 고운 꽃을 미워하느냐고 묻자 그의 대답이 이렇다.
빛깔과 모양이 좋은 국화의 품종과 비슷하고 피는 시절도 같다. 요염하고 조밀한 모습이 사람들의 눈을 기쁘게 한다. 한번 심으면 거름을 안 줘도 무성하게 퍼진다. 나눠 심지 않아도 절로 덩굴져 뻗는다. 바위틈이나 담 모서리라도 뿌리를 교묘하게 내려 토양을 썩게 하고 담장을 망가뜨린다. 안 되겠다 싶어 뽑으려 들면 뿌리가 얼키설키 엉겨 제거가 아주 어렵다. 밑동과 잔뿌리가 조금만 남아도 장마 한번 지나고 나면 다시 무성해진다. 인근 둑까지 번져 좋은 식물을 몰아내고 고운 화초를 시기해 쫓아낸다. 함께 무성해지는 꼴은 죽어도 못 본다. 마침내 온 동산을 차지해 어여쁨을 뽐내며 사람의 안목을 현혹한다.
어쩌다 뜨락에서 쫓겨나 제방 밖에 버려져도 낮고 더럽고 음습한 곳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등나무 넝쿨이나 가시나무와 뿌리를 서로 얽고 양보해가며 아주 겸손한 태도로 돌변한다. 꽃을 피우면 작은 방울같이 둥근 꽃봉오리가 제법 약초밭의 분위기까지 자아낸다. 시골 사람들의 중추절 모임에서 좋은 감상 대상이 된다.
내가 이 꽃을 뽑아 버리라 한 것은 그 난진방선(亂眞妨善), 즉 참된 것에 대한 가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선으로 나아가는 것을 방해하는 태도 때문이다. 공자가 말한 사이비(似而非)다. 피는 벼와 구분이 어렵다. 콩 밭에도 비슷하면서 콩에 피해를 주는 놈이 있다. 겉은 멀쩡해도 가짜들이다. 뽑아 버리는 것이 마땅하다.
최근 간행된 한국고전번역원의 '존재집(存齋集)'에 실린 '소주황을 배척하는 글(斥蘇州黃文)'에 나온다. 멋모르고 좋다 하다가 정원을 모두 점령당한 뒤에는 때가 이미 늦는다. 어렵게 쫓아내도 잔뿌리만으로 원상태를 회복한다. 발본색원(拔本塞源)함이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