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으로 다스리면 처음에는 고생스럽지만 장구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법이다(法之爲道 前苦而長利).” 탄핵 판결문을 낭독했던 이정미 헌법재판소 전 소장이 퇴임사에서 인용한 『한비자(韓非子)』 구절이다.
“어짐(仁)으로 다스리면 잠깐 즐겁지만 나중에는 고생하게된다(仁之爲道 偸樂而後窮). 성인은 법과 어짐 두 가지의 경중을 견줘 큰 이익을 취한다(聖人權其輕重 出其大利). 그러므로 법치를 통해 서로 참고 견디며, 어진 사람이 서로 가엾게 여기는 바를 버리는 것이다(故用法之相忍 而棄仁人之相憐也)”라는 문장이 이어진다. 중국에서도 이 구절이 화제가 됐다. “가난해도 참고 견디는 가정이 전란이나 기근이 엄습해도 이겨내며, 의식주가 풍족한 집안은 흉년이 들면 도리어 아내와 자식을 팔아치운다”는 부연 설명이 따랐다. 법의 통치가 인의 지배보다 인정 없어 보여도 사회 질서에 유리하다는 의미다. 법치 신봉자 한비자는 사회가 ‘존중’하거나 ‘멸시’하는 여섯 부류를 바로 ‘육반(六反)’편에 모았다. “생명을 아낀다는 귀생지사(貴生之士), 도를 배웠다는 문학지사(文學之士), 직업 없이도 유복한 유능지사(有能之士), 거짓을 일삼는 변지지사(辯智之士), 칼부림을 일삼는 염용지사(勇之士), 도둑을 감싸는 임예지사(任譽之士)처럼 남을 속이며 나라에 필요없는 부류에 세상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 죽음으로 절개를 지키면 분별 없다며 실계지민(失計之民), 법을 온전히 하면 융통성 없다며 박루지민(朴陋之民), 열심히 일하면 무능하다며 과능지민(寡能之民), 선량 순박하면 어리석다며 우당지민(愚戇之民), 윗사람을 존중하면 겁쟁이라고 겁습지민(怯之民), 도둑을 고발하면 아첨한다며 첨참지민(諂讒之民)이라며 나라에 필요한 사람에게 도리어 비난을 일삼는다.” 한비자는 “명예나 포상이 벌 받을 자에게 주어지고, 상 받아 마땅한 이에게 비난과 손해가 가해지면 나라의 부강은 바랄 수 없다”고 일갈한다. 상과 비난을 제대로 구분하는 사회를 누가 만들지 유권자가 부릅뜨고 살필 때다. 신경진 베이징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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