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매(靑梅) 인오(印悟·1548∼1623) 스님의 문집에서 '십무익(十無益)'이란 글을 보았다. 수행자가 해서는 안 될 열 가지 일을 나열했다. 알려진 글이 들쭉날쭉해서 문집에 따라 보이면 다음과 같다.
"마음을 안 돌보면 경전을 봐도 소용없고(心不返照, 看經無益), 본성 공(空)함 모르고는 좌선이 부질없다(不達性空, 坐禪無益). 뿌리지 않고 열매를 바람은 도를 구함에 무익하고(輕因望果, 求道無益), 바른 법을 안 믿고는 고행이 쓸데없다(不信正法, 苦行無益). 아만(我慢)을 안 꺾으매 법 배워도 쓸모없고(不折我慢, 學法無益), 실다운 덕 없고 보니 겉 꾸밈이 소용없다(內無實德, 外儀無益). 스승의 덕 못 갖추곤 중생제도 허망하고(欠人師德, 濟衆無益), 신실한 맘 아니고는 교묘한 말 허랑하다(心非信實, 巧言無益). 일생에 교활하매 무리 처함 쓸모없고(一生乖角, 處衆無益), 뱃속 가득 무식하니 교만도 부질없네(滿腹無識, 憍慢無益)."
종일 염불을 외고 불경을 읽어도 마음 거울을 닦지 않으면 하나마나다. 일체가 공(空)임을 깨닫지 못한다면 좌선한다고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선업은 닦지 않으면서 선과(善果)만 얻으려 드니 구도(求道)란 말을 입에 담기가 부끄럽다. 정법(正法)에 대한 확신 없는 고행은 수행이 아니라 제 몸을 학대하는 것과 같다. 저만 옳다는 아만만 키우려면 법은 배워 무엇에 쓰나. 알찬 내면의 덕은 기르지 않고 겉꾸밈으로 젠체하기 바쁘니 그 인생이 불쌍하다. 남이 우러를 덕을 갖추지 못하고 무슨 중생제도를 입에 담는가? 신실함은 없고 교언영색뿐이니 낯빛마저 가증스러워진다. 잔머리만 굴리고 앞뒤 안 맞는 행동을 하면서 수행자의 길을 갈 수는 없다. 아무 든 것 없는데 교만까지 얹히면 천하에 못할 짓이 없게 된다.
열심히 죽으라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고행하고 참선하는 것이 다가 아니다. 낮춤과 베풂, 진실함과 깨달음 없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자기를 괴롭히고 남을 괴롭혀서 아만과 독선에 빠져 바른 길을 벗어나는 인생이 너무도 많다. 게을러 아무것도 하려들지 않는 삶은 더 말할 것도 못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