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345] 비대목소(鼻大目小)

bindol 2020. 8. 3. 06:36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우우(周羽周羽)라는 새는 머리가 무겁고 꽁지는 굽어 있다. 냇가에서 물을 마시려 고개를 숙이면 무게를 못 이겨 앞으로 고꾸라진다. 다른 놈이 뒤에서 그 꽁지를 물어주어야 물을 마신다. '한비자(韓非子)' '설림(說林)' 하(下)에 나온다. 다음 말이 덧붙어 있다. "사람도 제힘으로 마시기 힘든 사람은 그 깃털을 물어줄 사람을 찾아야 한다(人之所有飮不足者, 不可不索其羽也)."

백락(伯樂)은 말 감별에 능했다. 척 보고 천리마를 알아보았다. 미워하는 자가 말에 대해 물으면 천리마 감별법을 가르쳐주었다. 아끼는 자에게는 노둔한 말을 구별하는 법을 일러주었다. 일생에 한두 번 만날까 말까 한 천리마 감별법은 알아봤자 써먹을 기회가 거의 없다. 노둔한 말은 날마다 거래되는지라 간단한 요령 몇 가지만 알아도 잠깐 만에 큰돈을 벌 수가 있다. 한비자는 이야기 끝에 다시 이렇게 보탰다. "말은 천하나 쓰임새가 높은 것은 헷갈린다(下言而上用者惑也)." 표현이 천근(淺近)해 보여도 알찬 말이니 새겨들으란 얘기다.

다시 이어지는 한 단락. 환혁(桓赫)은 조각을 잘했다. 그가 말했다. "새기고 깎는 방법은 코는 크게 하고 눈은 작게 해야 한다. 코가 크면 작게 할 수가 있지만 작게 해놓고 크게 만들 수는 없다. 눈이 작으면 키울 수 있지만, 크게 새긴 것을 작게 고칠 방법은 없다(刻削之道, 鼻莫如大, 目莫如小. 鼻大可小, 小不可大也. 目小可大, 大不可小也)." 일단 나무에 새기고 돌에 깎으면 다시 붙일 방법이 없다. 코는 애초에 조금 크게 해놓고 조금씩 깎아서 알맞게 고친다. 눈은 반대로 작은 듯이 파서 조금씩 키우는 것이 맞다. 코를 납작하게 깎아 시작하 면 균형이 깨질 때 수정할 방도가 없다. 눈을 애초에 퉁방울로 새겨 놓으면 줄이려 해도 도리가 없다. 그는 또 설명을 보탠다. "일 처리도 마찬가지다. 나중에 고칠 수 있게 해야 일에 실패하는 일이 적다(擧事亦然, 爲其後可復者也, 則事寡敗矣)."

 


단순 명쾌한 것이 시원하다고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상황을 내몰면 물 마시려다 머리 박고 고꾸라지는 수가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15/20151215039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