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346] 독서칠결(讀書七訣)

bindol 2020. 8. 3. 06:38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독서칠결(讀書七訣)'은 성문준(成文濬·1559~1626)이 신량(申湸)을 위해 써준 글이다. 독서에서 유념해야 할 7가지를 들어 경전 공부에 임하는 자세를 말했다. 서문을 보면 13세 소년은 워낙 재주가 뛰어났다. 하지만 책을 읽어 가늠하는 저울질의 역량은 아직 갖춰지지 않았다. '문선(文選)'을 읽는데 어디서부터 들어가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첫째, 한 권당 1~2년씩 집중하여 수백 번씩 줄줄 외울 때까지 읽는다. 다 외운 책은 불에 태워 없애 버릴 각오로 읽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옆구리를 찔러도 막힘없이 나온다.

둘째, 건너뛰는 법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읽어야 한다. 어렵다고 건너뛰고 막힌다고 멈추면 성취는 없다.

셋째, 감정을 이입해서 몰입해야 한다. '논어'를 읽다가 제자가 스승에게 질문하는 대목과 만나면 자기가 묻는 듯이 하고, 성인의 대답은 오늘 막 스승에게서 처음 듣는 것처럼 하면 절실해서 못 알아들을 것이 없게 된다.

넷째, 계통을 갖춰서 번지수를 잘 알고 읽어야 한다. 군대의 대오처럼 정연하게 단락과 구문의 가락을 질서를 갖춰 읽는다. 덮어놓고 읽지 않고 기승전결의 맥락을 두어서 읽는다. 전체 글의 어디쯤에 해당하는지 따져가며 본다.

다섯째, 낮에 읽고 밤에 생각하는 방식으로 되새겨 읽는다. 부산한 낮에는 열심히 읽어 외우고, 고요한 밤에는 낮 동안 읽은 글에서 풀리지 않는 부분을 따져서 깨친다.

여섯째, 작자의 마음속 생각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옛사람의 정신과 기백을 내 안에 깃들이려면 어린아이 같은 마음을 제거해서 조야한 습속을 밑동째 뽑아 버려야 한다.

일곱째, 읽는 데 그치지 말고 자기 글로 엮어 보는 연습을 병행하는 것이다. 안으로 구겨 넣기만 하고 밖으로 펼침이 없으면 독서의 마지막 화룡점정은 이뤄지지 않는다.

옛사람에게 독서는 소설책 읽듯 한 차례 읽고 치우는 행위가 아니었다. 추려서 새기고 따지고 가려서 꼭꼭 씹어 자기화하는 과정이었다. 성현의 말씀이 내 안에 걸어 들어와 내 삶의 전반을 변화시켰다. 많이 읽는 것만 능사가 아니고 깊이 읽어야 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2/22/20151222037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