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354] 신기위괴(新奇爲怪)

bindol 2020. 8. 3. 07:37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성대중(成大中·1732~1809)이 '질언(質言)'에서 말했다. "나약함은 어진 것처럼 보이고, 잔인함은 의로움과 혼동된다. 욕심은 성실함과 헛갈리고, 망녕됨은 곧음과 비슷하다(懦疑於仁, 忍疑於義, 慾疑於誠, 妄疑於直)." 나약함은 어짊과 거리가 먼데 사람들이 자칫 헷갈린다. 잔인한 행동이 의로움으로 포장되는 수가 많다. 욕심 사나운 것과 성실한 것을 혼동하면 주변이 힘들다. 망녕된 행동을 강직함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

또 말했다. "청렴하되 각박하지 않고, 화합하되 휩쓸리지 않는다. 엄격하나 잔인하지 않고, 너그러워도 느슨하지 않는다(淸而不刻, 和而不蕩, 嚴而不殘, 寬而不弛)." 청렴의 이름으로 각박한 짓을 한다. 화합한다더니 한통속이 된다. 엄격함과 잔인함은 구분이 필요하다. 너그러운 것과 물러터진 것은 다르다.

명나라 장홍양(張洪陽)이 '담문수어(談文粹語)'에서 말했다. "지금 사람들은 글을 지을 때 어렵고 난해한[艱險] 구절을 두고 스스로 새롭고 기이하다[新奇]고 하나 사실은 괴상망측한[怪] 줄 잘 모른다. 배배 꼬아둔[鉤深] 뜻을 스스로 정밀하게 통하였다[精透]고 하지만 사실은 어그러진[詭] 것인 줄 모른다. 잔뜩 늘어놓은[蔓衍] 가락을 제 딴에는 창대(昌大)하다고 하지만 붕 뜬[浮] 것인 줄은 모른다. 생경하고 껄끄러운[生澁] 말을 스스로 웅장하고 건실하다[莊健] 하나 비쩍 마른[枯] 것인 줄 알지 못한다. 경박하고 들뜬[輕佻] 얘기를 원만하고 빼어나다[圓逸]고 하나 조잡한[野] 것인 줄 알지 못한다. 흔해 빠져 속된[庸俗] 말을 제 딴에는 평탄하고 바르다[平正]고 하지만 실제로 진부[腐]한 것인 줄은 알지 못한다."

저는 신기한 표현이라 뽐내는데 사람들은 괴상망측하다고 본다. 말을 비비 꼬아 놓고 꼼꼼하게 썼다고 하나 정작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다. 만연체로 늘어놓고 스케일이 큰 것으로 착각하면 오산이다. 알아먹지 못할 말과 웅장한 글도 헷갈리기 쉽다. 속스러운 말을 평이한 말과 구분 못하면 글이 진부해진다.

사람은 엇비슷해 보이는 것을 제대로 분간해야 한다. 그저 보면 비슷해도 살펴보면 하늘과 땅 차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23/201602230410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