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359] 지미위난(知味爲難)

bindol 2020. 8. 3. 07:45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명말(明末) 장대(張岱·1597~1680)의 '민노자차(閔老子茶)'는 벗인 주묵농(周墨農)이 차의 달인 민문수(閔汶水)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말을 듣고 그를 찾아간 이야기다. 민문수는 출타 중이었다. 집 지키던 노파는 자꾸 딴청을 하며 손님의 기미를 살핀다. 주인은 한참 뒤에야 "어째 여태 안 가셨소?" 하며 나타난다. 손님이 제풀에 지쳐 돌아가기를 기다렸던 것. 장대는 "내가 집주인의 차를 오래 사모해왔소. 맛보지 않고는 결단코 안 갈 셈이오." 무뚝뚝한 주인은 그제야 손님을 다실로 이끈다.

전설적인 최고급 다기 십여 개가 놓인 방에 안내되어 끓여온 차 맛을 본 장대가 "무슨 차입니까?" 하자, 낭원차(閬苑茶)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그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상하군요. 낭원차의 제법이긴 한데 맛이 다릅니다." 민문수가 씩 웃고 말한다. "그럼 무슨 차 같소?" "혹시 나개차(羅芥茶)?" 그 말에 민문수의 표정이 싹 바뀐다. 장대가 다시 묻는다. "물은 어떤 물이오?" "혜천(惠泉) 것이올시다." "그런가요? 물이 조금 퍼진 느낌인걸?" "숨길 수가 없군요. 혜천 물이 맞긴 맞소만 한밤중 새 물이 솟을 때 길은 것이 아니라서."

민문수가 혀를 내두르며 나가 새 차를 끓여 장대에게 따랐다. "마셔 보시오." "향이 강하고 맛이 혼후하니 봄에 딴 차로군요. 앞서 것은 가을에 딴 것이고요." 민문수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내 나이 칠십에 손님 같은 분은 처음입니다. 우리 친구 합시다." 글은 이렇게 끝난다.

맛 알기가 참 어렵다. 치수(淄水)와 민수(澠水)는 지금의 산둥성을 흐르는 물 이름인데 물맛이 달랐다. 두 물을 섞어 두면 보통 사람은 가려내지 못했는데 역아(易牙)는 틀림없이 구분해냈으 므로 공자가 이에 대해 말했다. '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온다. 순욱(荀勖)은 진(晉) 무제(武帝)의 잔칫상에서 죽순 반찬을 맛보더니 "이것은 고생한 나무를 불 때서 요리한 것이로군"이라고 했다. 조용히 사람을 보내 알아보니 과연 오래된 수레바퀴를 쪼개 땔나무로 썼다는 전갈이었다. '세설신어'에 나온다. 사람 감별도 한 입에 알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3/29/201603290342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