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종 때 총애하는 내시가 근친(覲親)하러 고향 집에 갔다. 지나는 고을마다 수령들이 그에게 후하게 대접하며 아첨했다. 고향 고을의 사또는 환관의 왕래에 사사로이 친교를 맺을 수 없다며 의례적 문안에 그쳤다. 환관이 앙심을 품고, 임금에게 그가 특별히 훌륭한 대접을 해주더라고 거짓으로 고했다. 임금이 그를 비루하게 여겨 이후 그의 벼슬길이 꽉 막혔다. 어느 날 경연 자리에서 임금이 그 수령이 내관에게 아첨한 일을 예로 들며 신하를 경계했다. 대신이 물러나 실상을 탐지해 사실대로 아뢰자 임금이 당장 내관의 목을 베게 했다. 윤기(尹愭, 1741~1826)의 '정상한화(井上閒話)'에 나온다. 엘리자베스 케이스가 그린 조선시대 내시. /조선일보 DB
내시는 충직한 신하를 사실과 정반대의 말로 참소해 해코지를 했다. 임금은 밝은 거울처럼 헤아려 간특함을 바로잡았다. 윤기가 덧붙였다. "아! 성대하다. 이러한 때를 당하여 참소하는 간특함이 어떻게 먹혀들고, 사특한 좁은 길이 어떻게 열리겠는가? 바른 선비가 어찌 원통하게 꺾임[寃屈]을 탄식하고, 공론이 어찌 꽉 막힘[壅閼]을 근심하겠는가?(猗歟盛哉! 當此之時, 譖慝何由而售, 邪逕何由而開. 正士何歎於冤屈, 而公論何患於壅閼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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