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명종(明宗) 때 강징(康澄)이 시사(時事)로 상소하여 말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사람이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일이 다섯 가지요, 깊이 두려워할 만한 일이 여섯 가지입니다. 해와 달과 별의 운행이 질서를 잃고, 천상(天象)에 변화가 생기며, 소인이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산이 무너지고 하천이 마르며, 홍수와 가뭄이나 병충해 같은 다섯 가지의 일은 두려워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어진 선비가 몸을 감추어 숨고, 염치가 무너지고 도리가 사라지며, 상하가 서로 사적인 이익만 따르고, 비방과 칭찬이 진실을 어지럽히며, 바른말을 해도 듣지 않는 여섯 가지의 일만은 깊이 두려워할 만합니다(爲國家者, 有不足懼者五, 深可畏者六. 三辰失行, 不足懼. 天象變見, 不足懼. 小人訛言, 不足懼. 山崩川渴, 不足懼. 水旱蟲蝗, 不足懼. 賢士藏匿, 深可畏. 廉恥道喪, 深可畏. 上下相徇, 深可畏. 毁譽亂眞, 深可畏. 直言不聞, 深可畏)."
두려운 것은 천재지변이나 기상재해가 아니다. 뜻 높은 지식인이 세상을 등지고, 염치와 도덕이 무너져 못 하는 짓이 없으며, 위에서 이익에 눈이 멀자 아래에서 덩달아 설쳐대고, 소인을 군자라고 천거하고 군자를 소인이라 내치게 만드는 상황, 보다 못해 직언을 해도 들은 체도 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정말 두려운 일이다. 소인의 와언(訛言)쯤은 두려워할 것이 못 된다. 하지만 여기에 임금의 독선과 무능이 얹히면 나라를 말아먹고 만다.
허균(許筠)의 '호민론(豪民論)'은 "천하에 두려워할 만한 것은 오직 백성뿐이다. 백성을 두려워할 만함이 물이나 불, 범이나 표범보다 더하건만, 윗자리에 있는 자는 함부로 눌러 길들여서 포학하게 부려먹으려고만 드니 어찌 된 셈인가(天下之所可畏者, 唯民而已. 民之可畏, 甚於水火虎豹, 上者方且狎馴而 虐使之, 抑獨何哉)"로 시작된다. 또 "하늘이 그를 임금으로 세운 것은 백성을 기르기 위함이지, 한 사람이 위에서 제멋대로 눈을 부라리며 계곡을 메울 만한 욕심을 채우라고 한 것이 아니다. 저 진나라와 한나라 이래의 재앙은 당연한 것이지 불행이 아니다"라고 썼다. 여섯 가지 두려워할 만한 일이 겹치면 백성이 일어난다. 두려워해야 할 것을 우습게 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