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03] 조존사망 (操存舍亡)

bindol 2020. 8. 4. 05:11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마음이 늘 문제다.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이 죽 끓듯 한다. 맹자는 "붙들면 보존되고 놓아두면 달아난다(操則存 舍則亡)" 했다. 붙들어 간직해야지 방심해 놓아두면 마음이 밖에 나가 제멋대로 논다. '대학(大學)'에서는 "마음이 나가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고 했다. 정자(程子)가 "마음은 내 안에 있어야만 한다(心要在腔子裏)"거나 "나가버린 마음을 붙들어 와서, 되풀이해 몸 안에 들여놓아야 한다(將已放之心, 反復入身來)"고 말한 것은 이 때문이다.

마음이 달아난 자리에는 잡된 생각이 들어와 논다. 쓸데없는 생각을 깨끗이 닦아내야 영대(靈臺)가 거울처럼 빛나, 사물이 그 참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 옛 선비는 마음을 붙잡아 간직하는 조존(操存) 공부를 특별히 중시했다. 그것은 계신공구(戒愼恐懼), 즉 끊임없이 경계하고 삼가며, 두려워하는 마음가짐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마음을 붙들면 잡념이 사라진다. 잡념이야 누구나 있지만, 중도에 이것을 걷어내느냐, 아니면 거기에 휘둘리느냐 하는 차이가 있다. 마음을 붙들어두려면 응취수렴(凝聚收斂)해서 보수정정(保守靜定)해야 한다. 마음을 응집하여 한 지점으로 거두어 모은다. 그 상태를 잘 간수해 고요하게 안정된 상태로 잘 유지하는 것이 보수정정이다. 조존은 힘이 들고 사망은 편할 것 같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좋은 일은 늘 힘들다. 애써서 이루는 일이라야 가치가 있다. 거저 얻어지고 저절로 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거(伍擧)가 말했다. "사사로운 욕심이 넘치면 덕의(德義)가 드물어진다. 덕의가 행해지지 않으면, 가깝던 사람은 근심하며 멀어지고, 멀 던 사람은 어기며 항거한다(私欲弘侈, 則德義鮮少. 德義不行, 則邇者騷離, 而遠者拒違)." 가까운 사람이 등을 돌렸는가? 먼 사람이 대놓고 대드는가? 그것으로 사사로운 욕심이 지나쳐, 내게 덕의가 사라졌음을 알 수 있다. 통렬하게 반성할 일이지 원망하고 화낼 일이 아니다. 조익(趙翼·1579~1655)이 '도촌잡록(道村雜錄)'에서 쓴 내용을 정리해 보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1/31/20170131026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