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만선(洪萬選·1643∼1715)의 '산림경제(山林經濟)' 중 '섭생(攝生)'의 두 항목을 읽는다.
"덜어냄은 알기 쉽고 빠르다. 보탬은 알기 어렵고 더디다. 덜어냄은 등잔에 기름이 줄어듦과 같아 보이지 않는 사이에 없어진다. 보탬은 벼의 싹이 자라는 것과 한가지라 깨닫지 못하는 틈에 홀연 무성해진다. 그래서 몸을 닦고 성품을 기름은 세세한 것을 부지런히 하기에 힘써야 한다. 작은 이익이라 별 보탬이 안 된다고 닦지 않아서는 안 되고, 작은 손해라 상관없다며 막지 않아서도 안 된다(損易知而速焉, 益難知而遲焉. 損之者, 如燈火之消脂, 莫之見也, 而忽盡矣. 益之者, 如禾苗之播殖, 莫之覺也, 而忽茂矣. 故治身養性, 務勤其細, 不可以小益爲無補而不修, 不可以小損爲無傷而不防也)." 원 출전은 '지비록(知非錄)'이다.
쑥쑥 줄고 좀체 늘지는 않는다. 빠져나가는 것은 잘 보여도 들어오는 것은 표시가 안 난다. 오랜 시간 차근차근 쌓아 무너지듯 한꺼번에 잃는다. 지켜야 할 것을 놓치면 우습게 본 일에 발목이 걸려 넘어진다. 기본을 지켜 천천히 쌓아가야 큰 힘이 생긴다. 건강도 국가 운영도 다를 게 없다.
"사람이 너무 한가하면 딴생각이 몰래 생겨난다. 너무 바쁘면 참된 성품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사군자는 헛사는 것은 아닌지 하는 근심을 품지 않을 수 없고, 살아있는 기쁨을 몰라서도 안 된다. 시비의 마당 속을 드나들며 소요하고, 순역(順逆)의 처지 안에서 종횡으로 자재(自在)해야 한다. 대나무가 아무리 촘촘해도 물이 지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고, 산이 제아무리 높아도 구름이 날아가는 데는 지장이 없다(人生太閑則別念竊生, 太忙則眞性不見. 故士君子, 不可不抱虛生之憂, 亦不可不知有生之樂. 是非場 裡, 出入逍遙, 順逆境中, 縱橫自在. 竹密何妨水過, 山高不礙雲飛)." '복수전서(福壽全書)'에서 인용했다.
일 없다가 바쁘고, 잘나가다 시비에 휘말려 역경을 만나는 것이 인생이다. 그때마다 주저앉아 세상 탓을 하면 답이 없다. 대숲이 빽빽해도 물을 막지 못한다. 구름은 높은 산을 탓하는 법이 없다. 하루하루를 허투루 살지 않아야 삶의 기쁨이 내 안에 고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