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원황(袁黃·1533~1606)이 글쓰기에서 꺼리는 열 가지를 꼽아 '문유십기(文有十忌)'를 썼다. '독서보(讀書譜)'에 나온다.
첫째는 두건기(頭巾氣)다. 속유(俗儒)나 늙은 서생이 진부한 이야기를 배설하듯 내뱉은 글이다. 둘째는 학당기(學堂氣)다. 엉터리 선생의 글을 학생이 흉내 낸 격의 글이다. 뜻이 용렬하고 견문은 조잡하다. 셋째는 훈고기(訓誥氣)다. 남의 글을 끌어다가 제 말인 양 쓰거나, 버릇처럼 따지고 들어 가르치려고만 들면 못쓴다.
넷째는 파자기(婆子氣)다. 글은 핵심을 곧장 찔러, 툭 터져 시원스러워야지, 했던 말 자꾸 하고 안 해도 될 얘기를 섞으면 노파심 많은 할머니 글이 되고 만다. 다섯째는 규각기(閨閣氣)다. 규방의 아녀자처럼 눈썹을 그리고 입술을 바르며 분칠을 해서 교태를 부려 분 냄새만 물씬한 글을 말한다. 여섯째는 걸아기(乞兒氣)다. 거지 동냥하듯 궁상을 떨며, 부잣집을 찾아가 먹다 남은 국이라도 달라는 격의 글이다.
일곱째는 무부기(武夫氣)다. 바탕 공부가 아예 없어 돈후한 기상을 찾기가 어렵고 화를 벌컥 내어 말이나 행동을 우악스럽게 하는 울뚝밸만 있다. 무기를 들고 치고받거나, 공연히 성을 내며 무례하게 군다. 글 가운데 가장 천한 글이다. 여덟째는 시정기(市井氣)다. 글은 우아해야지 속되면 못쓴다. 해맑아야지 지저분하면 안 된다. 거짓을 꾸며 진짜로 파는 것은 시정잡배들이나 하는 짓이다. 잗다란 이익에 눈이 멀어 말에 맛이 없고, 그 면목조차 가증스럽다.
아홉째는 예서기(隷胥氣)다. 아전처럼 윗사람을 속이고 아랫사람에게 군림하며, 이리저리 눈치 보고 움츠러들어, 빈말 뿐이고 알맹이가 없다. 열째는 야호기(野狐氣)다. 글에는 바르고 참된 맥락이 있어야 한다. 자칫 삿된 길로 빠져들면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해서 혹세무민하게 된다. 사람을 홀리는 들여우 같은 글이 되고 만다.
저도 모를 말 하지 말고, 흉내 내지 말며, 가르치려 들지 말라. 쓸데없는 말, 꾸미는 말을 버리고, 글로 궁상을 떨어도 안 된다. 멋대로 떠들고 속되거나 굽신대는 글, 남 속이는 글도 안 된다. 사람이 발라야 글이 바르다. 꾸미고 속이는 순간 글은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