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의 세설신어

[정민의 世說新語] [490] 독서삼도 (讀書三到)

bindol 2020. 8. 5. 05:29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송나라 주희(朱熹)가 '훈학재규(訓學齋規)'에서 말했다. '독서에는 삼도(三到)가 있다. 심도(心到)와 안도(眼到), 구도(口到)를 말한다. 마음이 여기에 있지 않으면 눈은 자세히 보지 못한다. 마음과 눈이 한곳에 집중하지 않으면 그저 되는 대로 외워 읽는 것이라 결단코 기억할 수가 없고, 기억한다 해도 오래가지 못한다. 삼도 중에서도 심도가 가장 급하다. 마음이 이미 이르렀다면 눈과 입이 어찌 이르지 않겠는가(讀書有三到, 謂心到眼到口到. 心不在此, 則眼不看仔細, 心眼旣不專一, 却只漫浪誦讀, 決不能記, 記亦不能久也. 三到之中, 心到最急. 心旣到矣, 眼口豈不到乎)?'

이른바 독서삼도(讀書三到)의 얘기다. 비중으로 따져 심도를 앞세우고 안도와 구도의 차례를 보였다. 안도는 눈으로 읽는 목독(目讀)이다. 구도는 소리를 내서 가락을 타며 읽는 성독(聲讀)이다. 심도는 마음으로 꼭꼭 새겨서 읽는 정독(精讀)이다. 눈으로만 읽으면 책을 덮고 남는 것이 없다. 입으로 읽는 것이 좋지만 건성으로 읽으면 소리를 타고 생각이 다 달아난다. 손으로 베껴 쓰며 읽는 수도(手到)를 하나쯤 더 꼽고 싶은데, 목도든 구도든 수도든 모두 심도에 가닿지 못하면 헛읽은 것이다.

주희의 독서법을 한 단락 더 소개한다. "단정하게 바로 앉아 마치 성현을 마주한 듯 한다면 마음이 안정되어 의리가 쉽게 들어온다. 많이 읽기를 욕심내거나 폭을 넓히기에만 힘을 쏟아 대충대충 보아 넘기고는 이미 알았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조금이라도 의심나는 곳이 있으면 다시 사색하고, 사색해도 통하지 않으면 바로 작은 공책에다 날마다 베껴 기록해 두고, 틈나면 살펴보고 물어봐야지 까닭 없이 들락거려서는 안 된다. 뜻 없는 대화는 줄여야 하니 시간을 낭비할까 걱정된다. 잡서는 보지 말아야 하니 정력이 분산될까 싶어서다(端莊正坐, 如對聖賢. 則心定而義理易究. 不可貪多務廣, 涉獵鹵莾, 纔看過了, 便謂已通. 小有疑處, 卽更思索, 思索不通, 卽置小冊子, 逐日抄記, 以時省閱資問, 無故不須出入. 少說閑話, 恐廢光陰, 勿觀雜書, 恐分精力).' 목표를 세워 읽는 다독과 닥치는 대로 두서없이 읽는 남독(濫讀)은 자기만족이야 있겠지만 소화 불량이 되기 쉽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0/24/20181024037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