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산문집 '투창과 비수'에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글이 있다. 내용을 간추리면 이렇다. 권세를 믿고 날뛰며 횡포를 부리던 악인이 있다. 그런 그가 실족하게 되면 갑자기 대중을 향해 동정을 구걸한다. 상처를 입은 절름발이 시늉을 하며 사람들의 측은지심을 유발한다. 그러면 그에게 직접 피해를 보았던 사람들마저도 그를 불쌍히 보며, 정의가 이미 승리했으니 그를 용서하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슬그머니 본성을 드러내 온갖 못된 짓을 되풀이한다. 원인은 어디에 있나? 물에 빠진 개를 때려잡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스스로 제 무덤을 판 셈이니, 하늘을 원망하거나 남을 탓해서는 안 된다. 악인에 대한 징치를 분명하게 해두지 않고, 어설프게 용서하고 화해하는 페어플레이는 더 큰 해악을 불러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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