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산 부사 시절 다산이 고을의 토지문서를 살펴보았다. 100년 사이에 보통 대여섯 번 주인이 바뀌고, 심한 경우 아홉 번까지 바뀌었다. 다산이 말했다. "창기(娼妓)는 남자를 자주 바꾼다. 어찌 내게만 유독 오래 수절하기를 바라겠는가? 토지를 믿는 것은 창기의 정절을 믿는 것과 같다."
강진 석교리 사람 황인태가 당호를 취몽재(醉夢齋)로 짓고 글을 청했다. 다산은 그를 위해 '취몽재기(醉夢齋記)'를 지어 주었다. '취한 사람에게 취했다고 하면 원통해하며 자기는 취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꿈꾸는 사람은 깨기 전에는 그것이 꿈인 줄 모른다. 정말 병이 위독한 사람은 자기가 병든 줄을 모른다. 그러니 스스로 취했다고 하고, 꿈꾼다고 하는 사람은 술과 잠에서 깨어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다.' 다산의 이 말도 '칠극' 1장 '복오(伏傲)'와 2장 '해탐' 편에 그대로 나온다. 배교 이후 강진 유배 시절에도 다산은 천주교 교리서의 가르침을 놓지 않고 있었다. 다산이 제자들에게 내린 수많은 증언은 '칠극'의 화법과 참 많이 닮았다.
|
'정민의 세설신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민의 世說新語] [537] 지인안민 (知人安民) (0) | 2020.08.05 |
---|---|
[정민의 世說新語] [536] 오자탈주 (惡紫奪朱) (0) | 2020.08.05 |
[정민의 世說新語] [534] 훼인칠단 (毁人七端) (0) | 2020.08.05 |
[정민의 世說新語] [533] 소구적신 (消舊積新) (0) | 2020.08.05 |
[정민의 世說新語] [532] 문슬침서 (捫虱枕書) (0) | 2020.08.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