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44] 충간(忠姦)의 갈림길

bindol 2020. 8. 12. 03:43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충간(忠姦)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7일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직후 검찰을 떠난 문찬석 전 광주지검장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목해 검사답지 못하다며 "검사가 아니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지검장은 직속상관인 윤석열 검찰총장의 무력화에 나서고 있는 첨병이다.

이런 가운데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9일 문찬석 전 지검장을 "난세(亂世)의 간교한 검사"라고 비판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흔히 '검찰 내 성폭력 무마 의혹'을 받는 전·현직 검찰 관계자에 대한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재정신청 등 법률적 조치를 계속하고 있는 검사로도 유명하다. 그런데 그가 전 검찰총장 등 5명을 상대로 낸 재정신청을 서울고법은 지난달 기각했다. 이에 임 부장검사는 재항고했다.

이 사건의 실체는 별개로 하고, 그가 문찬석 전 지검장을 향해 날린 비판 글을 꼼꼼하게 읽어 보았다. 대부분은 개인의 추측이나 소감일 뿐이었다. 문제의 구절이 나온 문장은 이렇다. "부산지검과 법무부에서 같이 근무했던 문찬석 한동훈 이원석 선배… 그 선배들을 보며 '치세의 능수능란한 검사, 난세의 간교한 검사'가 될 거란 생각이 들 만큼 주어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는 능력과 처신술이 빼어남이 있었다." 특히 문 전 지검장에 대한 부분은 지금 일과 전혀 무관하다. "문찬석 선배에 대한 애정이 적지 않았는데 2015년 남부지검 공보 담당자로 대놓고 거짓말을 한 것을 알고 마음을 접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문찬석도 모르고 임은정도 모른다. 오직 그들이 내놓는 글로만 판 단할 뿐이다. 교묘하지 않은가? 차라리 대놓고 이성윤을 거들며 문찬석을 비판했으면 그 우직함이라도 높이 사련만, 본래 사안과 전혀 관련도 없는 사안을 들어 문찬석에게 뜬금없이 포를 쏜 의도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나온 언설(言說)과 발언의 타이밍으로 판단한다면 '난세의 간교한 검사'는 오히려 그 자신도 포함하는 말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1/20200811047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