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45] 누가 개인가?

bindol 2020. 8. 19. 03:53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이원욱 후보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개가 주인을 무는 꼴"이라며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검찰 개혁을 완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를 '간신학'에서는 현제(顯擠)라 한다. 임금이 용렬하고 어두운 자일 때 간신들이 노골적으로 군자나 현자를 밀쳐낸다는 뜻이다. 반면에 눈 밝은 임금이 있을 때는 아주 교묘하게 지위는 높으나 실권은 없는 자리에 군자나 현자를 추천함으로써 그들의 힘을 빼는데 이를 음배(陰排)라 한다. 남몰래 배척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현제가 횡행하는지 음배가 이뤄지는지를 보고서 당시 임금이 명군(明君)인지 암군(暗君)인지를 가리기도 한다.

일국의 검찰총장을 향해 '개' 운운한 이원욱 후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옛글이 있다. 후한의 무명학자 왕부(王符)의 명저 '잠부론(潛夫論)'에 나오는 다음 구절이다.

"말세(末世)에는 그렇지가 못해, (임금은) 헛되이 신분이 높은 사람[貴人]들이 교만함에서 시기 질투하는 의견[驕妬之議]만을 믿고서 오로지 구차스럽게 아첨하고 호리고 미혹하는 말[苟媚蠱惑之言]만 채용하니 사리에 맞게 일을 잘하는 사람은 허물을 덮어쓰고 다움과 마땅함[德義]을 논하는 사람은 더욱 미움을 받았고, 이에 아첨하는 신하[諛臣]들은 나아가 저자(詆訾-비방)의 법으로 이들을 처리하고 의상(議上)의 형벌을 덮어씌웠으니 이것이 뛰어난 선비들[賢士]이 곤경에 빠지게 된 시초다. 무릇 저자(詆訾)의 법이란 뛰어난 이를 베는 도끼이고, 교만함에서 시기 질투하는 것은 뛰어난 이를 물어뜯는[噬] 개다. 임금이 안으로는 뛰어난 이를 베는 도끼를 쥐고 뛰어난 이를 물어뜯는 개를 데리고 있으면서 겉으로는 뛰어난 이를 불러들여 그들이 찾아오기를 바라고 있으니 진실로 슬프지 아니한가!"

 

 

여기서 의상이란 임금의 말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고 이런저런 의견을 낸다는 말이다. 이원욱 후보는 자문해보라. '누가 개인가?' 혹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 가지만 더 자문해 볼 것을 권한다. '나는 어떤 개인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8/202008180513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