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이한우의 간신열전] [46] 조고(趙高)에게 무릎 꿇은 이사(李斯)

bindol 2020. 8. 26. 03:48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전국(戰國) 시대 남쪽 초(楚)나라 사람이었던 이사(李斯)는 순자(荀子)에게 학문을 익혔다. 포부가 남달랐던 그는 날로 세력을 키워가던 진(秦)나라에 몸을 던지기로 결심한다. 여불위(呂不韋)의 식객이 돼 진나라 관직에 진출했지만, 다른 나라 출신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기원전 237년 마침 타국 출신이 반란을 일으키자 관직에 있는 외국인 추방령이 내려졌다. 이른바 '축객령(逐客令)'이다. 이사는 "인재는 출신을 가리지 않고 널리 구해서 써야 한다"는 취지의 '간축객서(諫逐客書)'라는 글을 당시의 진왕(훗날의 진시황)에게 올렸다. 이에 진왕은 축객령을 거둬들이고 이사에게 벼슬을 돌려줬다. 진왕은 20여 년 뒤에 천하를 통일하고 이사를 승상으로 삼았다.

그러나 승상이 된 이사는 이미 다른 사람이었다. "신은 여러 제자백가의 저서를 폐기할 것을 간청합니다." 분서갱유(焚書坑儒)의 촉발자가 바로 이사다.

진시황이 죽고 2세 황제가 자리에 올라 조고(趙高)라는 희대의 간신에게 휘둘리자 처음에는 몇 차례 직언을 올리려 했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문책이었다. 그러자 이사는 자리를 지키고 싶은 마음이 너무도 간절해 아예 조고를 능가하는 아부를 담은 계책을 올렸다. 나아가 "조고가 변란을 일으킬까 두렵습니다"라고 음해까지 했다.

이를 파악한 조고는 승상 이사가 아들 이유(李由)와 함께 모반을 했다고 무고했고, 결국 이사는 저잣거리에서 허리가 잘렸다. 이사의 삶은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 그대로다.

 

"비루한 사람은 지위를 얻기 전엔 그것을 얻 어 보려고 걱정하고, 이미 얻고 나서는 그것을 잃을까 걱정한다. 정말로 잃을 것을 걱정할 경우 못 하는 짓이 없다."

그나마 '균형 감각'이 있다는 평을 들었던 '한나라당 출신' 김부겸 전 의원이 여당 당대표 선거에서 "극우가 문(文) 정부 흔들려고 코로나 퍼뜨리고 있다"고 했다는, 믿기 어려운 뉴스를 듣는 순간 이사의 비루했던 일생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25/202008250507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