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공자(孔子)가 ‘땅콩 회항’ 사건을 접했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내 그리 ‘부자라 해서 거들먹거리지 말라(富而不驕)’고 했거늘, 어찌 1500년이 지나도록 변한 게 하나도 없느냐”고 혀를 찼을 일이다. “우리가 진정 걱정할 것은 가난 그 차제보다는 백성들의 삶이 불안해지는 것(不患貧而患不安)”이라고 이 사회에 경종을 울렸을 듯도 싶다.
공자는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서 제자 자공(子貢)과 대화를 나누며 ‘가난한 자의 길, 부자의 도’를 이렇게 말한다.
“가난해도 부자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아부하지 않고(貧而無諂), 부자라고 해서 거들먹거리지 않는(富而不驕) 사람이라면, 그의 삶의 태도는 어떻습니까.”(자공)
“그래, 그 정도면 괜찮겠다. 그러나 최고 경지는 못된다. 가난해도 즐거워하고(貧而樂道), 부자가 되어서도 예를 좋아하는(富而好禮)것만 못하다.”(공자)
“『시경(詩經)』에서 말하는 ‘절차탁마(切磋琢磨)’가 바로 그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이군요.”(자공)
“참으로 똑똑하구나. 내 너와 이제야 『시경』을 얘기할 수 있겠구나. 내가 앞의 것을 얘기하니, 네가 뒤의 것을 척척 맞히는구나.”(공자)
공자는 ‘한 주먹 도시락 밥(一簞食)과 표주박 한 바가지 물(一瓢飮)로도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 한편으로는 아무리 편안해도 위기를 생각하는 ‘안거사위(居安思危)’를 일깨우고 있다. 그러나 가난해도 삶의 즐거움을 잃지 않고, 부자가 되어서도 예를 찾기가 그리 쉬운가. 그러기에 공자는 『시경』의 말을 끌어들여 절차탁마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절차탁마는 『시경』 ‘기오(淇奥)’편에 뿌리를 둔 말이다. 『시경』은 “진정한 군자(有匪君子)가 되는 것은 마치 뼈를 깎는 것 같고(如切), 상아를 고르는 것 같고(如磋), 옥을 다듬는 것과 같고(如琢), 돌을 가는 것과 같다(如磨)”고 했다. 갈고 닦고 연마해야 좋은 그릇(器)이 만들어지듯, 각고의 노력을 해야 군자가 된다는 얘기다. 부자가 되어도 교만하지 않고, 더 나가 예를 차리는 것은 그만큼 자기 수양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이 땅의 부자들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한우덕 중국연구소장 woody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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